언제부턴가 여배우들의 욕이 자연스럽다. 스크린에서 관객을 홀리는 여신들이 내뱉는 욕설은 반전의 매력이 있기에 더욱 재미있다. 특히 올해 극장가는 화끈한 여배우들의 '찰진 욕'이 유난히 두드러지며 화제를 모았다.
한가인은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깜짝 욕설 연기를 펼쳐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상X'이란 욕을 먹기도(?)한 그는 술에 거나하게 취해 허공에 대고 "아 X발, X같아"라며 자신의 상황을 한탄한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자기한탄의 욕설은 영화 속 한가인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지난 7월 개봉한 '도둑들'의 전지현은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예니콜 역을 맡아 쫄깃쫄깃한 욕설로 영화의 보고 듣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특히 김혜수를 향해 날린 "어마어마한, 썅X"이란 말은 귀에 짝 달라붙어 두고두고 회자됐다. 전지현은 이런 생생한 욕설 연기에 대해 "최동훈 감독님의 정확한 디렉션이 있었고 대사를 직접 읊어주시기까지 해서 어렵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은 욕설보다는 독설이었다. 자기할 말 다하고 사는 까칠하기 그지없는 유부녀를 연기한 임수정은 대놓고 욕설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욕보다 더 짜증날 수 있는 잔소리로 듣는 이를 멘붕 상태에 놓이게 했다.
다음 타자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반창꼬'의 한효주다. 아내를 구하지 못한 상처로 마음을 닫은 소방관 강일과 치명적 실수로 잘릴 위기에 놓인 까칠한 의사 미수가 서로를 통해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이 영화의 큰 관전포인트는 한효주의 이미지 변신.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에다가 거침이 없는 미수 역을 맡은 한효주는 드라마 '동이'나 영화 '광해' 속 단아하면서도 어딘지 여려보이는 모습은 깨끗이 지운 채 스스럼없이 "씨X'이라고 욕을 해대고 남자와 터프한 몸싸움까지 벌인다. 헝클어진 머리를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민낯으로 분노의 표정을 짓는 한효주는 작정하고 연기한 듯 새로움 그 자체다. 한효주가 '아 씨X'로 대사의 추임새로 넣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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