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박병호 WBC 자리 빼앗은 것 같아 미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2.04 12: 46

"다음 번에는 (박)병호가 꼭 뽑혔으면 한다".
올해 정규시즌 MVP는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다.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차지하고 2012년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렇지만 정작 내년 펼쳐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출전하지 못한다. 1루 포지션에 쟁쟁한 선배들이 대거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한화 이글스 김태균, 오릭스 버펄로스 이대호라는 큰 산이 모두 박병호와 같은 포지션이다.
때문에 4일 서울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2 일구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대호는 박병호를 따로 찾아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이대호는 "병호와 같이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선수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하다. 기술위원회에서 경험을 중시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박병호지만 WBC나 올림픽과 같이 큰 대회 출전경험은 아직 없다. 올해 성적만 놓고 본다면 박병호의 선발은 당연시 되지만 KBO 기술위원회는 동 포지션에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있기에 그를 뽑지 않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대호는 "내게 선수선발에 대한 결정권은 없지만 다음 번에는 병호도 꼭 뽑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대호는 같은 포지션에서 뛰게 될 이승엽과 김태균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엽은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할 때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배이고 김태균은 동갑내기 동기다. 이대호는 "나는 (이승엽과 김태균이 나와서) 편하다. 수비에서 내가 약점이 있으니 그냥 대타나 지명타자를 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농담을 던지고는 "승엽이 형이 WBC에 와주는 건 선수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정에 감사 드린다"고 했다.
"WBC에서 많이 배워야 한다. 승엽이 형과 같이 야구를 하는 게 영광"이라고 덧붙인 이대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투수들이 많이 빠져서 걱정이 많은걸로 아는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된다. 워낙 한국팀은 근성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WBC 성적을 자신했다.
다만 이대호는 "큰 대회에서는 3번, 4번, 5번 등 클린업트리오가 잘 치기 힘들다"면서 "큰 경기는 한 방으로 끝날 때가 많고 수비에서도 갈릴 수 있다. 무엇보다 경기는 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국내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하다 내년 1월 13일 사이판으로 떠나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설 계획이다.
cleanupp@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