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부영 카드’, KT 대항마 될 수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05 07: 01

수원이 선공을 날렸다. 전북도 질세라 반격에 나섰다. K-리그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야구 10구단을 둘러싼 양 지자체의 경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전라북도와 ‘10구단 범도민 유치추진위원회’는 4일 전주·군산·익산·완주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 구단주로 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의 영입을 결정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전북은 부영그룹과 조만간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창단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지역 연고 기업들과 컨소시엄 형태의 창단을 준비했던 전북은 “재정능력이 충분한 단일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부영의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총 17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부영은 재계 순위 30위의 기업이다. 부영그룹은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했지만 전북은 “조만간 그림이 잡힐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만약 전북의 뜻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수원-KT’와 ‘전북-부영’의 양자 구도가 만들어진다. 당초 부영은 내년 2월쯤 야구단 창단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먼저 한 골을 먹은 전북으로서는 빠른 시간 내에 만회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부영을 끌어들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대로 흘러가면 필패라는 위기의식이 공식발표를 앞당겼다.
KT와 부영만 놓고 보면 무게추는 KT쪽으로 기운다. 부영도 작은 기업은 아니지만 KT가 워낙 공룡 같은 덩치를 자랑하고 있어서다. 자산규모부터 인지도까지 여러모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전북 관계자들은 부영이 전면에 나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실권을 쥐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기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마냥 수원과 KT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우선 KT는 통신 라이벌 SK와 LG로서는 껄끄러운 존재다. 이미 통신시장에서 서로를 잡아먹기 위한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 경쟁구도가 야구판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당분간은 ‘이겨야 본전’인 SK와 LG는 실익이 크지 않다. 여기에 KT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두 구단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07년 현대 사태 당시에도 KT는 SK와 LG를 견제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KBO에 요구한 기억이 있다.
한편으로는 수원을 껄끄러워 하는 기존 구단들이 많다는 것도 전북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당장 삼성은 ‘삼성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는 수원에 새로운 야구단이 들어서는 것을 탐탁찮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도 마찬가지다. 연고지인 인천과 근접한 수원에 프로야구단이 생긴다면 아무래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1차 드래프트 부활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사정을 생각하면 ‘연고권’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에 전북은 지역균형발전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수원 대세론’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그동안 수원에 비해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지자체에서는 수원보다 무조건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다. 수원에 10구단이 생기면 프로야구가 ‘수도권의 잔치’로 전락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북에 10구단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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