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한화는 류현진·박찬호·장성호 등 스타 선수들이 해외진출·은퇴·트레이드 등을 이유로 줄줄이 빠져나갔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전국구 스타는 김태균(30)밖에 없다. 김태균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한화는 자연스럽게 김태균을 새로운·주장으로 선출했다. 올해 만 서른살로 여전히 젊은 축에 속하는 김태균이지만 선수단이 의견 일치를 이루며 그에게 완장을 채웠다. 마무리훈련 때부터 선수단 사이에서 김태균 주장설에 힘이 실렸다. 팀 내 입지와 위치, 기량과 리더십에서 김태균이 가장 적임자라는 게 선수단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원래 김태균은 주장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주장을 맡기 전 그는 "주위에서는 말들이 많지만 남들이 시킨다고 해서 무작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 자칫 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선수단은 "주장할 사람은 김태균밖에 없다"며 변함 없이 밀어붙였고, 김태균도 더 이상 고사할 수 없었다. 누군가 맡아야 할 역할이었다.
한화는 고참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공백이 크다. 박찬호와 장성호처럼 후배들을 이끌어준 선배들이 이제는 없다. 김태균은 "선배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 있는데 모두 빠져나가니 허전하고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김태균의 역할이 커졌다. 주위에서는 김태균의 주장 수락을 두고 책임감이 강한 그이기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선수단 내에서는 "책임감 강한 김태균이기에 그냥 주장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 말을 하는 성격이고, 말보다 행동으로 하는 스타일이라 더 기대된다"고 말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역할, 선배와 후배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주장의 주된 역할. 특히 후배들에게는 싫은 잔소리 할 수 있다. 김태균도 "아마 후배들은 내가 주장이 된 게 싫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야구인들은 "야구를 잘 하고, 성적이 좋은 선수가 주장을 맡을수록 선수들이 더욱 잘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한다. 김태균은 한화 팀 내에서 최고 실력자다. 말이 아닌 행동과 실력으로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리더십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김태균도 "선배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후배들은 안 따라온다. 선배들이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말보다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통 주장을 맡을 경우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대부분 주장 선수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김태균은 주장과 함께 더욱 독하게 마음먹었다. 성적이 곧 리더십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내년에 30홈런은 쳐야 후배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타율(0.363)-출루율(0.474) 1위에 올랐지만 16개로 다소 부족했던 홈런을 늘려 완성형 타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김태균은 "사실 주장은 별 것 없다. 아무도 내가 주장이라는 걸 모르게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뒤에서 선수들이 불편한 것 없이 편하게 해주겠다"고 강조했다. 김태균은 주장 선수들의 캡틴을 의미하는 약자 'C'자도 유니폼에 넣지 않기로 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력으로 먼저 보여주겠다는 게 주장 김태균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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