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KBS 나온 진짜 이유, 궁금해요?"[와이드 인터뷰①]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12.05 09: 47

전현무 아나운서 아니, 방송인 전현무와 인터뷰를 약속한 장소에 들어서자 곧장 낯익은 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현무는 웬 어린 학생 무리와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30분 남짓 일찍 도착한 터라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아 (본의 아니게) 그 테이블의 대화를 엿듣게 됐고 움직임도 살폈다.
그는 중학생 친구들에게 직접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권하고 음식을 먹는 동안, 왜 아나운서가 됐는지,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자신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시련을 견뎠는지, 그리고 왜 KBS를 나왔는지에 대해 풀어놓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전현무는 종종 SNS를 통해 자신에게 멘션을 보내는 아나운서 지망 학생들을 직접 만나 도움을 준다고 했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조언이 될 만한 혹은 현실적인 얘기들을 들려주고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하는 게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단다. 이 남자, 이런 면이 다 있었나.

지난 9월 KBS를 퇴사한 전현무가 OSEN과 프리 선언 후 첫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자유의 몸이 된 지 석 달 남짓, 그는 좀 더 어수선하지만 액티브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더 단단해지고 꽉 채워진 느낌이었다.
'프리' 전현무와 가감 없이 묻고 답하기.
프리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석 달.. 안정적이었던 KBS를 나와 독립생활을 하는 소감은?
9월 12일에 나왔으니 두 달이 넘었다. 겪어보니 역시나 일장일단이 있다. 장점은 예능인으로서 활동 영역이 넓어졌고 장벽 자체가 없어졌다. KBS에서는 아나운서 내부 룰이 있어서 예능국이나 드라마국에서 섭외가 와도 제한이 있고 그랬는데, 이젠 내가 (출연을) 결정만 하면 되는 거니까. 좋다, 솔직히. 이제 방송인, 예능인 전현무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거니까. 편안하고 행복하다. 별 섭외들이 다 들어온다. 광고까지 콜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을(방송 혹은 광고 섭외) 한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취사선택을 잘해야 되는데 사실 기준 자체를 잘 모르니까.. 늘 조직에 있다가 갑자기 야생으로 나오니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해도 중요한 건 확실히 장점이 더 크다는 거다.
그래도 프리 직후 tvN '택시'를 비롯해 'SNL코리아', '세 얼간이'에 줄줄이 고정 합류했다. MBC '엄마가 뭐길래'로 시트콤까지 도전하던데, 러브콜이 끊이지 않나보다
솔직히 처음엔 '아무도 안 찾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솔직히 있다, 왜 없겠나. YTN에다 KBS까지 통틀어 9년이란 시간을 보호막에 싸여 살았다. 겸손하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소속이 없어지면서 이제 할 프로그램이 없을까봐 두려웠는데, 다행히도 아주 다양한 콜이 있어서 감사하다. 도리어 어떤 걸 먼저 시작하고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굳이' 프리를 선언한 배경이 궁금하다
일단 가장 큰 건, 아나운서도 너무나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리 규제를 풀어주어도 아나운서로서는 방송 활동에 한계가 있다. KBS 아나운서실이다 보니 많이 허용해주셨음에도 제약은 있었다. 솔직히 나는 아나운서실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한다. KBS가 나를 그렇게 심하게 옭아맨 것도 아니다. 허용해줬다, 예능국에서도 나를 허용했다.
하지만 모든 규제가 풀린다면 너도나도 '1박2일'하겠다고 나설 거다. 그러면 질서가 무너지거든. 나는 안다. 그렇게 하면 아나운서실에도 방송사에도, 동료 아나운서들에게 모두 피해다. 그래서 오히려 쉽게 나올 수 있었다. 난 편하게 걸어 나왔다. 독립하겠다고 하니까 예능국에서도 '오케이, 그동안 고생했다' 했고 아나운서실도 '그래, 나가서 돈도 벌고 맘껏 펼쳐라' 했다.
돈 얘기가 나오니.. 역시 경제적인 이유도 프리를 선택한 큰 요인 아닌가?
물론이다. KBS에 있을 때보다 상당히 풍족하다. 솔직히 놀랍다. 경제적인 것에 대한 만족도도 꽤 크다. 상상도 못했던 돈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정말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막상 나와 보니, 이전엔 몰랐던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역시나 일장일단이 있는 거다. KBS에 있을 때는 돈을 덜 받긴 했지만 안정적이었다. 방송하는 사람에게는 안정감이라는 게 아주 중요하다. 솔직히 아나운서는 정년까지 쭉 가는 거다. 그래서 일을 하는 데 자신감도 크고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아무래도 좀 더 전투적으로 변할 거고 순간순간 불안할 거다. '개편 때 내가 혹시 잘릴까'하는 식의 불안도 안고 살아야 한다. 당장 다 잘리면 끝 아닌가. 정신적으로 그런 스트레스를 안고 가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사실 KBS에 있을 때 터무니없는 월급을 받은 것도 아니지 않나. 결국 프리는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취사선택의 문제다. 확실히.
동료 아나운서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KBS 아나운서들 몇몇은 내가 회사를 나온 이후에도 진심으로 나를 응원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사실 나간 사람에 대한 정서가 좋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도 '아나운서도 나가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네가 보여줘'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면 사명감마저 든다.
전현무의 프리 선언은 이전의 사례들과 분위기가 좀 달랐다. 과거 독립한 아나운서들이 대부분 대중의 비난과 업계의 홀대를 감수했던 데 비하면 여론이 상당히 긍정적이다. 왜일까?
나는 기사 댓글들을 대부분 다 읽어본다. SNS 멘션도 일일이 다 확인하면서 지나치리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왜냐면 단점이나 부족한 점을 고치고 싶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일부러 많이 살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기사 댓글들을 보면 유독 직장인들이 많다는 거다. 이를 테면 '전현무 멋있다. 나는 이 회사에 매여 있는데 너는 그대로 뛰쳐나갔구나'하는 식이다. 말하자면 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이 따로 있어도 회사를 등질 수 없는 사람들, 불만이 있어도 해소할 수 없는 직장인들이 내 행보를 응원해주는 분위기다. 더 잘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
2편에 계속.
issue@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