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이 포스트를 지키는 스타일은 아니라 오히려 외곽 찬스를 얻기가 버겁지 않을까 싶다”.
원주 동부 수비 시스템의 중심이었던 선수와 현재 그 자리를 대체 중인 선수의 맞대결이다. 운동 능력 면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전술 이해도 면에서의 차이도 있는 만큼 오히려 이들의 대결에서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상무 포워드 윤호영(27, 197cm)과 원주 동부의 혼혈 귀화 선수 이승준(34, 204cm)의 맞대결이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행 티켓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동부는 4일 고양 체육관에서 열린 2012 프로-아마 최강전 울산 모비스와 8강전에서 67-60으로 승리를 거뒀다. 동부는 5일 준결승에 진출한 유일한 아마팀 상무와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날 경기에서 이승준은 19득점 12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을 펼치며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이에 앞서 윤호영은 3일 부산 KT와의 8강전에서 매치업 상대였던 장재석의 예봉을 꺾는 6블록 포함 17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팀의 83-7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동부 수비 핵심이었던 윤호영과 올 시즌 동부 공격을 이끄는 이승준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5일 4강전을 주목하는 팬들이 이 매치업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호영은 상무 입대 전까지 김주성-로드 벤슨(LG)과 함께 동부의 트리플 타워를 구축하며 동부에 최소실점팀이라는 영광의 수식어를 선사한 바 있다.
반면 이승준의 스타일은 다르다. 혼혈 선수인 만큼 국내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탄력과 신장 대비 스피드를 앞세워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주지만 사실 그의 수비력은 좋은 편이 아니다. 에릭 산드린이라는 이름으로 모비스 외국인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이승준에게는 “수비 전술 이해도는 좋은 편이 아니다”라는 악평이 따라다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발군의 수비력까지 자랑했던 이승준이지만 지난 시즌 서울 삼성에서는 자신이 넣은 점수만큼 상대에게 내주며 다시 수비력에서 약점을 비췄던 바 있다.
그러나 상무를 상대로라면 입장이 다르다. 이훈재 상무 감독은 KT와의 8강전을 승리한 후 모비스와 동부 중 4강 격돌팀을 예상하는 질문에 대해 “예상이 힘들다. 모비스는 우리 팀의 속공을 차단하려 들겠고 동부가 올라온다면 이승준이 정통 포스트 플레이어가 아닌 만큼 외곽까지 나와 수비할 수 있어 도리어 오픈 찬스를 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상무는 하재필, 김명훈 등 2m대 센터들의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아 190cm대 윤호영을 포스트에 투입 중. 가드진 매치업은 우위에 있으나 포스트에서 김주성-이승준 2m대 선수들을 상대하기는 버거운 실정이 사실이다. 하재필, 김명훈 등은 원 소속팀 KCC, 동부에서도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아니다. 결국 윤호영의 수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승준이 포스트 플레이어가 아니라서”라는 이야기를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윤호영과 이승준의 매치업 상황이 유력한 만큼 윤호영이 외곽으로 이승준을 끌고 나오고 강병현, 박찬희 등 신장에서 상대 우위를 지닌 가드들이 포스트업으로 오히려 허를 찌르는 전략이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윤호영-이승준 매치업 구도와 전략 변화에 따라서 팀의 수비는 물론 공격 시스템까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수비력의 우위를 지닌 윤호영과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이승준. 동부의 과거와 현재의 최강전 4강 격돌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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