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부부’ 속 사랑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진실과 거짓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2.05 16: 10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달 27일 KBS2 월화드라마 ‘울랄라부부’(극본 최순식 연출 이정섭 전우성)가 막을 내렸다. 시청률 8.9%로 경쟁작 SBS ‘드라마의 제왕’의 6.9%에는 앞섰지만 MBC ‘마의’의 18.9%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고 쓸쓸히 막 뒤로 사라졌다.
 ‘울랄라부부’는 지난 10월 1일 ‘마의’와 나란히 첫방송될 때만 해도 ‘사극의 제왕’ 이병훈 PD에 데뷔 13년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진출하는 조승우라는 카드에 밀려 고전이 예상됐으나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단숨에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역들이 물러나고 조승우와 이요원이 본격 투입된 5회부터 흔들리면서 단숨에 ‘마의’에 1위 자리를 내준 것.

 ‘울랄라부부’는 영혼체인지라는 진부한 소재에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실적 존재감의 중년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별로 특별해보이지 않는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신현준과 김정은의 빛나는 연기력과 영혼이 뒤바뀐 두 이혼 부부의 현실감 넘치는 상황극이 주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초반에 나름대로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몸서리 칠 만큼 현실적이고 소름 돋을 만큼 주변의 얘기같은 스토리 전개라는 미덕과 그동안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온 진부한 가정의 고난사라는 장단점이 어우러져 칭찬과 비난을 한꺼번에 받은 이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과 현실의 생활 그리고 가정의 소중함이라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남겼지만 분명히 억지로 꾸며낸 교과서적 결말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 드라마가 보여준 애정 배신 증오 희생 용서 화해 등 사랑을 둘러싼 키워드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고수남(신현준)과 나여옥(김정은)은 결혼 13년차의 보통부부다. 수남은 고급호텔 객실담당 지배인으로서 총지배인을 꿈꾸지만 여의치 않아 등락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원래 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외아들을 슬하에 두고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뒤치다꺼리까지 해내는 억척 주부 여옥은 호텔의 메이드로 산업전선에 복귀한 뒤 사무직으로 업그레이드되며 자아를 찾아간다.
바닷가에 살던 시골처녀 여옥에게는 장현우(한재석)라는 사랑하는 대학생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졸인 여옥을 버리고 새로운 여대생 여자친구를 선택하고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여옥 앞에 홀연히 나타난 사람이 바로 수남. 이 순진한 남자는 구멍난 여옥의 가슴의 상처를 금방 틀어막아 주고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수남은 호텔 부하직원 빅토리아(한채아)와 바람을 피우고 결국 여옥에게 들킨다. 원래 바람둥이는 수남의 친구인 이백호 변호사(최성국). 그래서 평소 여옥은 백호의 아내 나애숙(류시현)의 고민상담을 해줬는데 그 청천벽력같은 재앙이 자신에게 닥치자 뒤도 안 돌아보고 협의이혼을 이끌어낸다.
 그런데 이 둘을 오래 전부터 바라보고 사랑의 감정을 원격조정하던 인물이 있었으니 신령 월하노인(변희봉)과 무산신녀(나르샤)다. 협의이혼한 뒤 가정법원 계단을 내려오던 수남이 발을 헛디뎌 크게 다치고 당황한 여옥이 구급차를 불러 급히 병원으로 가지만 교통사고를 당하며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간다. 이때 월하는 두 사람의 영혼을 바꿔놓는다.
 이때부터 드라마는 코미디의 극을 향해 치닫는다. 유치하고 억지스러워 욕도 많이 먹는 가운데 처음에는 제쳤던 경쟁작 ‘마의’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시청률이 급전직하한다. 한 가지 건진 것은 마흔 네 살 신현준의 무르익은 연기력이다. 그는 여옥의 영혼이 들어간 수남의 몸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내며 ‘즈~질’ 등의 유행어를 낳으며 시청자를 열광시킨다.
 이 사이 호텔에는 새로운 총지배인으로 현우가 부임하고 호텔 일을 잘 모르는 여옥의 영혼이 들어간 수남은 실수를 연발한 끝에 해고됐다가 세탁실로 간신히 구제된다. 그러는 동안 여옥이 객실 담당 메이드로 호텔에 취업하고 두 사람의 영혼이 제 자리로 되돌아온 뒤 현우와 여옥의 로맨스가 10여년만에 재개된다.
하지만 영혼체인지를 통해 수남은 월하가 의도했던 대로 제 자리를 되찾았다.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깨달았고 빅토리아를 멀리 하는 가운데 여옥에게 옛날로 되돌아가자고 애원한다.
하지만 자신을 식모 취급했을 뿐만 아니라 바람까지 피운 수남을 여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오히려 호텔의 주요 간부로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멋진 현우의 손길에 가슴이 떨린다. 여옥이 현우에게 ‘오빠는 내게는 지나치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거리를 두면 둘수록 현우의 사랑은 더욱 뜨겁고 애타게 타오른다. 결국 여옥은 그런 현우를 거부할 명분도 이유도 없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흐름대로 받아들인다.
 빅토리아는 예전과 달리 차가워진 수남 때문에 아파하다가 이제는 지쳐 제 정신을 되찾고 호텔에 사직서를 낸 뒤 스웨덴으로 떠난다. 수남 역시도 이제는 여옥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필리핀 세부 지점 호텔로 전근을 떠나려 한다.
  그럴 즈음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낀 여옥은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고 심각한 간암임을 확인하고 더욱 절망한다.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여자 취급 못 받다가 이제 뒤늦게 새로운 사랑을 만났는데 생명이 경각에 달했다니 그녀는 한 없이 괴로울 뿐이다. 그래서 일부러 현우를 멀리 한다. 수남과 재결합하기로 했다는 거짓말까지 해대며.
호텔에는 원래 수남과 총지배인 자리를 놓고 다퉜던 나이 많은 동기 식음료 담당 지배인 강진구(송영규)가 있다. 벨보이에서 지배인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과정을 보더라도 그는 철저하게 출세지향형의 차가운 피를 가진 인간이다.
 그런 그가 한번 이혼했다 실패한 수남의 여동생 일란(쥬니)과 우연한 기회에 한번 맞선을 본 뒤 푹 빠져버린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결혼과 이혼을 속성으로 배우고 사랑을 이론적으로 통달한 일란은 늙다리 아저씨 진구가 양에 찰 리 없다. 그가 하도 애원하는 바람에, 또 백수라 시간도 많이 남아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와 두 번 술을 마셨다가 모텔까지 가는 해프닝을 겪는다.
 이제 진구에게 일란은 각별하다. 그는 수남의 집에 쳐들어와 수남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동생을 달라고 애원하는가 하면 그들의 어머니 박봉숙(정재순)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이혼하고 돌아와 취직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일란이 눈엣가시였던 봉숙은 진구가 싫지 않다. 결국 일란은 임신하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결혼한다.
타인의 간을 이식받아야 살아날 수 있는 여옥은 혈액형이 같은 수남의 희생이 그렇게 싫어 수술을 거부하다가 기증자를 찾아내 수술대 위에 오르지만 기증자의 간을 수송하던 응급차량이 사고가 나고 결국 수남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난다.
이렇게 두 사람을 ‘도리’와 ‘애정’으로 묶으려는 월하와 무산의 노력은 천신만고를 거친 끝에 완성되게 된다. 이제는 현우가 사랑을 위해 사랑을 내려놓을 차례. 그는 멋있게 여옥을 놔주고 미국 본사로 떠나가고 수남과 여옥은 다시 한번의 결혼식을 올린다.
수남 여옥 현우를 둘러싼 삼각관계의 사랑과 결말은 과연 진실일까, 거짓일까?
 오래전 현우는 여옥을 떠났다. 사실 병세가 위중해 시골로 요양을 떠나기 위해 거짓으로 여옥의 정을 떼려 했다지만 10여년이 지나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옛사랑에 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의 순정을 다시 바칠 정도로 현우가 순수한 사람인가?
그는 냉철한 호텔 총지배인이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철함을 지닌 그가 사랑에는 이렇게 한 없이 쑥맥일까?
게다가 이혼했다고 하지만 여옥의 주변에는 그의 호텔 부하직원 수남이 계속 맴돌고 있다. 조합이 안 어울려도 이렇게 허술할 수가 없다. 비록 ‘노’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그는 아직 총각이고 사회적으로 전도양양하니 여옥의 말대로 그는 한 아들을 둔 이혼녀에게는 지나치게 과분한 남자다.
빅토리아는 뭘로 보나 여옥보다 낫다. 비록 미혼모인 엄마에게까지 버림받은 불행한 과거가 있기는 하지만 여옥보다 젊고 아름다운데다 교양까지 갖췄다. 게다가 그녀의 사랑은 한 없이 순수하고 희생적이다.
아무리 수남이 바람을 피웠다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혼한 상태이고 여옥이 자신을 벌레 보듯 하는 상황인데다가 빅토리아는 봉숙과 외아들 기찬까지 챙겨주는 등 수남의 새로운 아내로서 하나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수남은 단지 여옥에 대한 죄책감으로 일부러 빅토리아를 멀리 한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언제 그렇게 다정했냐 싶게 매몰차다.
여옥은 첫사랑 현우와의 재회 그리고 현우가 예전에 자신을 떠난 게 자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애달픈 사연이 있었으며 변함없이 현우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준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그래서인지 진심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빌며 아이 엄마 자리로 되돌아와 달라는 수남의 애절한 갈망이 성가시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이들 네 사람의 사랑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이해불가할 뿐이다. 현실은 냉정하고 계산적인데 드라마속 사랑의 공간은 아주 판타스틱할 뿐이다.
차라리 진구와 일란의 사랑과 결혼이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수남보다 세 살 많은 노총각 진구는 어린 나이에 이른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일란과 선을 본 뒤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다. 일란은 ‘노땅’ 냄새 풀풀 풍기는 진구가 마땅치 않지만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그의 데이트 신청에 시간이라도 때울 양으로 나갔다가 그만 서로 술에 취해 의도하지 않았던 잠자리를 갖게 된다.
그런데 그게 바로 임신으로 연결되고 일란은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그냥 결혼하자’고 쿨하게 먼저 프러포즈하고 진구는 뛸 듯이 기뻐한다.
 현실속 사랑과 결혼은 수남-빅토리아-여옥-현우를 둘러싼, 기승전결이 뻔한 스토리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즉흥적이고 의외성 있는 반전의 드라마가 아닐까?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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