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던 하늘에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했다. 비처럼 내리던 진눈깨비는 이윽고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굵은 눈발이 됐다가, 장맛비처럼 억센 장대비가 되면서 훈련을 방해했다. 하지만 대전 시티즌은 영하 4도의 추위에 진눈깨비까지 더해져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날씨 속에서 훈련을 강행했다.
시즌은 이미 끝났지만 이날 훈련은 특별했다. 새로 부임한 김인완 감독이 선수단과 만나 치르는 첫 공식 훈련이었기 때문이다. 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김 감독은 오후 3시부터 공식 훈련을 가졌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상황에서 진눈깨비가 흩날렸고, 그라운드는 함박눈과 장대비에 점령당했지만 취소는 없었다. 선수들은 실내에서 가볍게 웜업을 한 후 그라운드로 향했다.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귀국한 외국인 선수들과 부상으로 인해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 전원이 그라운드로 나섰다. 눈비가 쏟아졌지만 개의치 않고 런닝에 돌입했다. 조진호 신임 수석코치가 맨 앞에 서서 선수들을 이끌었고 김 감독도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서 “실미도 같다”는 웅성거림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점점 굵어지는 눈발 속에서도 꿋꿋이 30분 간 훈련을 마친 선수단은 미팅을 마치고 해산했다. 악천후에 실내 훈련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됐지만 김 감독도 선수들도 개의치 않았다. 김 감독은 흠뻑 젖은 모습으로도 “아직은 젊다보니까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고 다가서려고 한다. 내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며 웃었다. 김병석(27) 역시 “비가 갑자기 와서 설마하기는 했다. 하지만 가벼운 런닝이라 괜찮았다. 감독님도 가볍게 할테니까 미리 겁먹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며 “올 해와는 달라질 것이다. 더 좋은 성적 내야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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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