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롯데 삼성도 이제는 10구단 창단 찬성 명분이 섭니다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2.12.06 06: 45

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이 전북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전북도 김승수 정무부지사는 12월 4일 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영이 전북 전주•군산•익산•완주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참여한다. 다음 주께 전북도와 부영이 프로야구 창단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영그룹은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업을 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로 '사랑으로'라는 브랜드의 아파트 사업을 하면서 최근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에 인수했고, 올해도 2,000억원대의 쌍용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사세를 확장 중입니다. 자산 규모는 12조원대입니다. 2011년 부영그룹 17개사의 매출은 2조6,610억원으로, 재계 자산 총액 서열은 26위(공기업 제외)입니다.
전북도는 당초 'KT-수원시'에 맞서 하림•전북은행 등 3∼4개의 향토기업 컨소시엄으로 프로야구 창단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구단 운영 능력 등이 약점이 될 수 있다 는 지적에 따라 중소기업 컨소시엄을 포기, 구단주로 대기업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경쟁은 지난달 6일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제10구단 창단 의사를 공식 발표한 KT와 부영의 경쟁으로 좁혀졌습니다. KT는 2011년 매출액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이상 KT 별도 기준)을 달성한 국내 대표 정보통신 기업입니다.
이렇게 10 구단 창단 신청 기업체 두곳이 완벽하게 등장했으나 10 구단 창단을 선정할 권한이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0) 이사회는 본래 이번 12월 안으로 열리기로 약속하고도 미적거리며 종무소식입니다. KBO 이사회는 지난 6월 10 구단 창단에 대해 롯데와 삼성 등 몇 몇 구단에 의해 ‘무기한 유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7월에 거행하는 올스타전 불참을 선언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자 이사회는 7월 이사회에서 “KBO 구본능 총재에게 모든 것을 일임” 하겠다고 물러났고 구 총재는 “12월 내에 이사회를 개최해 10 구단 창단 일정을 짜갰다”고 밝혀 올스타전은 무산되지 않고 열렸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구단들과 반대하는 구단의 눈치를 보는 구단들이 아시아시리즈가 끝나고도  이사회 개최에 대해 계속 미적거리자 선수협의회는 지난 11월 28일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한달이 지나도록 KBO와 구단들이 10구단 창단 결정은 커녕 연내 이사회 소집마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12월 11일로 예정된 골든글러브 시상식 불참과 내년 3월로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하고 각 구단 전지훈련, 시범경기는 물론 페넌트레이스까지 보이콧하는 등 가능한 모든 단체행동을 결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선수협은 "일부 구단들이 선수들과 팬들의 소망을 묵살하고 기만하는 행위를 하면서 10구단이 창단되지 않는다면 9구단체제의 파행적 운영이 기약없이 계속될 수 있다. 팬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프로야구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2월 안으로 이사회를 열어 10 구단 창단 일정을 내놓겠다’는 KBO는 이사회 개최를 미적거리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 선거일(12월 19일)과 각 기업의 연말 결산이 겹치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실제 속사정은 이사회를 열어 10 구단 찬성을 의결하려면 규정에 따라 ‘재적 이사(현재 10명) 3분의 2 이상이 참가해야 하고 출석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구본능 총재가 의결 통과선 7명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야구계는 관측하고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커미셔너(총재)의 권한이 강해 미묘한 사안에 커미셔너의 결정이 최종 판단이 될 수 있는데 반해 우리는 반드시 야구 규약과 규정에 따라야 하므로 9개 구단 중 3개 구단 이상이 반대하면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10 구단 창단에 대해 반대를 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편에 들었던 롯데, 삼성은 전북에 부영 그룹이 참가하고 수원에 KT가 나선 마당에 이제는 영향력을 접을 때가 됐습니다.
 
반대하는 구단은 팀 증설 반대 이유로 ‘고교야구 팀이 50여개 밖에 안되는 우리나라 여건에서 구단 증설은 프로야구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프로야구 인기도 이 때문에 추락할 것이고 결국 모든 구단이 공멸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프로야구는 8개 팀도 많다. 4~5개 팀이 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삼성이 반대하는 이유를 KT가 나서기 전에는 일각에서는 ‘삼성과 불편한 관계인 CJ가 창단한다는 소문이 있어서’라고 했다가 KT가 나선 후에는 ‘수원은 삼성전자 등 핵심업체가 오래전부터 터를 닦은 곳이고 프로축구 등 스포츠 진흥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인기가 가장 높은 프로야구에 다른 업체가 나오면 삼성 이미지가 깎일 것을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북에 번듯한 부영 그룹이 나섰고 9 구단 체제가 얼마나 프로야구에 손해와 불이익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당에 삼성이건 롯데이건 반대하는 구단의 명분은 사라졌습니다.  10 구단 창단은 대세가 됐고 늦출수록 야구 발전에 지장을 줍니다.
대통령 선거일 12월 19일은 프로야구와 그다지 관련이 없습니다. 혹시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12월 15일 안에 이사회를 개최해 연고지 결정 문제와 10 구단 창단 일정을 결정하는데 동의한다는 의사를 KBO에 통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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