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들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 바로 연봉협상기간이다. 공식 휴식기간인 12월이면 각 팀들은 나름의 근거에 따라 책정한 고과표를 준비해 선수들과 연봉협상 테이블을 차린다.
5일에는 전체 선수들 가운데 첫 연봉협상자가 나왔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올 시즌 연봉 6200만원에서 무려 254.8% 인상된 2억2천만원에 사인을 한 것. 홈런과 타점, 장타율 타이틀을 휩쓸고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한 박병호는 연봉 상승요인이 확실했고, 구단은 사상 최대상승폭을 제시해 곧바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롯데 역시 연봉협상에 한창이다. 올 시즌 맹활약으로 만족스러울만한 구단의 제시를 받은 선수들과 2군 선수들 일부는 이미 계약을 마친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에 온 이문한 운영부장은 "처음부터 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의 최대치를 제시할 것이다. 그래야 잡음이 적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확실한 인상요인을 갖춘 선수들은 순조롭게 연봉협상에 나설 수 있다. 올해 최다안타 1위에 오른 손아섭은 야수들 가운데 최상위 고과를 받을 게 확실시되고 투수 중에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발투수 송승준과 김성배-이명우-최대성-김사율 등 불펜투수들이 구단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고과를 인정받는 선수들은 구단과 연봉협상에서 의견충돌을 보일 확률이 적다.
올해 롯데 연봉협상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012년 시즌 성적 외에도 계약에 영향을 줄 '외부효과'의 존재다. 여기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릴 선수는 주전포수 강민호가 꼽힌다. 일단 강민호는 올해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연봉인상 요인이 확실하다. 119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3리를 기록했고 팀 최다인 19홈런과 2위에 해당하는 66타점을 쓸어 담았다. 포수로서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만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 해결사 역할까지 했고, 홍성흔이 부상을 당한 시기에는 4번 타자로까지 출전했다.
2012년 강민호의 연봉은 3억원. FA 선수를 제외하고 팀 내에서 최고 연봉자였지만 이번 연봉 협상에서 성적만 놓고 봐도 인상이 가능하다. 여기에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진다. 올해 과열된 FA 시장 양상을 봤을 때 강민호는 역대 최고액 FA 계약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복수의 구단이 강민호를 노리는 가운데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를 반드시 붙잡겠다는 각오다.
롯데가 강민호의 FA 이적방지를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은 연봉 대폭인상이 있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 소속구단에 선수 연봉 200%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만약 롯데가 강민호의 2013년 연봉을 5억원으로 책정한다면 타 구단이 FA로 그를 영입하려면 롯데에 10억원을 지불하면서 동시에 보상선수까지 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따로 프리미엄을 줄 생각이 없다. 정해진 연봉고과에 맞춰 강민호와 계약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FA를 앞둔 선수를 대상으로 대폭 연봉인상은 비일비재하게 있다.
강민호가 이번 연봉협상에서 활짝 웃을 수 있는 반면 투수 고원준은 고과 외에도 연봉삭감 요인이 있어서 울상이다. 올 시즌 고원준의 연봉은 1억1천만원, 그러나 3승 7패 평균자책점 4.25에 머물면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다. 안 그래도 연봉동결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데 지난 2일 음주 접촉사고를 내 물의를 일으켰다.
구단과 KBO의 징계를 모두 합하면 고원준은 총 1200만원(구단 벌금 200만원+기부 500만원, KBO 벌금 500만원)을 벌금으로 내게 된데다가 연봉 협상에서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 롯데 구단은 고원준의 징계를 발표할 때 따로 2013년 연봉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구단 관계자는 "당연히 연봉협상에서 고원준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성적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구단의 명예를 실추 시켰으니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귀띔했다.
고과를 제외하고도 강민호는 이번 연봉협상에서 'FA 직전해 프리미엄'을 노리고 있고, 반대로 고원준은 유구무언으로 벙어리 냉가슴만 앓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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