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가 남달랐다. 절박함이 배인 각오는 신임 감독의 눈빛을 '형형하게' 만들었다. 김인완(41) 대전 시티즌 신임 감독은 자신이 그리는 대전의 미래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대전 시티즌은 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김인완 제7대 신임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감독은 조진호 신임 수석코치, 임완섭 코치와 김동훈 골키퍼 코치가 함께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독직에 오른 각오와 내년 시즌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여러 모로 부담이 많은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전임 유상철 감독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당장 내년이면 더 가혹해질 강등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과제도 목표도 ‘생존’인 상황에서, 자신의 축구인생 처음으로 프로팀 감독을 맡게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 부담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대전의)상황을 모르고 감독직을 수락했다면 내 잘못이고 여길 오면 안 되는 것”이라며 “구단에서 해줄 수 있는 한계의 아웃라인은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 정도 선에서 뭔가를 이뤄내려고 왔기 때문에 (힘든)부분은 감안하고 있다. 그런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여 강등권에서 벗어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보였다.
“인생을 살면서, 또 지도자를 하면서 안주하는 순간 그 사람의 발전은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안주하는 삶은 미래가 없기 때문에 도전을 택했다”는 김 감독에게 있어 대전의 감독직은 축구인생을 건 커다란 도전이다. “내 축구인생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남은 인생을 걸었다”고 스스로 이야기했을 정도다. 염홍철 대전시장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던 날에도 의례적인 인사 대신 “프로인 만큼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패기를 보였다. 프로의 삶은 ‘말 대신 결과’라는 그의 말은 앞으로 그려갈 대전의 밑그림을 암시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김 감독이 그리는 대전의 밑그림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지 않는 축구’로 강등권을 탈출하는 것이다. 다음 시즌 대전의 가장 큰 목표이자 김 감독이 받은 최우선 과제다. 그 스스로 밝혔듯, 강등권에서 최대한 순위를 끌어올려 대전만의 존재감을 프로축구계에 심어주는 것이 첫 번째다.
또 하나는 대전만의 축구다. “지루하더라도 지지 않는 축구를 해서 강등권을 벗어난 후 마음껏 공격 축구를 해보겠다”는 김 감독은 “몰아칠 때 몰아치면서 강약을 조절하고, 호흡과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대전만의 축구를 하고 싶다. 강하면서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 강한 축구를 하고 싶다”고 자신이 그리는 대전의 밑그림을 밝혔다.
대전 구단도 김 감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전종구 대전 사장 역시 “재정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선수들도 중상위급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적어도 한 명씩은 영입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 시즌 강등권 싸움이 훨씬 더 험난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프로에서 지도자로 지내며 오랜 경험을 한 김 감독이다. 하지만 지휘봉은 처음 잡아보는 만큼 그의 앞길은 장애물 투성이일 것이다. 과연 그가 장애물을 넘어 자신이 그린 미래의 밑그림을 훌륭히 실현해낼 수 있을까. 대전의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costball@osen.co.kr
대전 시티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