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주작가의 사심 talk] KBS ‘해피선데이 - 1박2일’ 윤상, 유희열, 윤종신
MBC ‘무한도전’ 이적, 윤종신, 조정치, 하림, 김C, 김범수, 데프콘
SBS '런닝맨‘ 이상원, 김태형, 박남정, 김완선, 강수지, 구하라
이들은 모두 12월 첫째 주, 지상파 3사를 대표하는 주말예능에서 활약했던 게스트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들이 출연하는 건 더 이상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한 활약상을 보면 그 무게감이 예전과는 다르다. ‘1박2일’ 안에서의 유희열과 윤종신은 개그맨 못지않은 입담과 몸개그를 선보였고 ‘무한도전’의 김범수, 이적, 조정치는 심지어 웃기려 하지 않았는데도 큰 웃음을 만들어 냈다.
오랜 시간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로 음악을 해오던 뮤지션들이 어느 순간 원조 예능인들을 위협할 정도의 ‘예능늦둥이’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싱싱한 캐릭터의 발견
윤종신, 김연우, 김태원 그리고 정재형 등은 최근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타공인 대표적인 ‘예능늦둥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데뷔와 함께 음악과 예능을 오가며 활약하는 많은 아이돌의 경우와는 다르다. 예능에 출연하기 전에도 오랜 음악활동을 통해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가수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예능에 출연하자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웃음을 만들어 냈다. 이들이 이렇게나 웃긴, 이렇게나 예능감이 넘치던 사람들이었을까? 물론 기본적인 끼와 감이 있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여기에 노련한 원조 예능인들의 조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랜 시간 캐릭터가 익숙해지고 소비되어 버린 예능인들에 비하면 가수들은 예능에 있어선 너무나 군침 도는 ‘웃음의 먹거리들’이다. 강호동이나 유재석같은 원조 예능인들이 원석과도 같은 가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놀려주고 당해주면 어느새 가수들은 완성된 예능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가수들이 조명이 가득한 무대에서 내려와 예능판에서 놀며 만들어지는 새로운 캐릭터는 그들의 노래만큼 멋지진 않지만 예능을 통해 보여 지는 친근하고 자연스런 모습은 그 노래 보다 더 매력적이다.
리얼 예능의 유행
가수들이 이렇게 쉽게 예능에 적응하고 빛을 발하게 되는 건 요즘 예능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리얼리티를 표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리얼 예능은 예전처럼 개인기를 연마해서 보여줄 필요가 없다. 또한 웃음을 만들 줄 아는 기술도 필요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 몰입해서 있는 그대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어리바리한 가수들의 모습이 과거 ‘예능 선수’라고 불렸던 사람들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 오는 건 요즘의 리얼 예능에서 원하는 자연스러운 웃음과 닿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수들의 예능러시는 계속 될 것이다
가수들의 예능나들이는 어쩌면 대중가요 시장이 앨범판매에서 음원판매로 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을수록 음원판매는 늘어나고 인지도를 높이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 바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가수 매니져들은 어떻게든 잘 나가는 예능프로그램에 자신의 가수를 출연시키거나 프로그램 말미에 뮤직비디오라도 틀기 위해 예능국 사무실을 하루 종일 배회하기도 한다.
항상 새로운 웃음을 찾아야 하는 예능과 팬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가수들의 동행은 어찌 보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예능의 트렌드가, 대중가요의 시장이 크게 변하지 않는 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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