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30, 삼성)은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하는 등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오승환이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낮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뒤 "불펜 및 마무리 투수의 위상이 높아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던 오승환은 "계투진의 노고를 널리 알리기 위해 언론 인터뷰도 많이 했지만 개선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승환은 "주어지는 상도 그렇고 계투 요원이 어떻게 골든 글러브를 받을 수 있겠냐"며 "박희수(SK) 성적만 봐도 역대급이 아니라 홀드 신기록(34개)을 세웠는데 부각되거나 그런게 전혀 없다. 골든 글러브 수상 대상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 야구에서 계투 요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다. '허리 싸움에 달려 있다'고 표현할 만큼 계투진의 활약에 따라 팀의 성패가 좌우된다. 하지만 역할과 노력에 비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른바 '마운드의 3D 업종'으로 불릴 만하다.
투수라면 누구나 선발 요원을 꿈꾼다.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신인 투수들도 "선발 10승이 목표"라고 말하지만 "10홀드를 거두는 게 목표"라고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승환이 계투진의 중요성에 대해 수 차례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계투진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부각시켜줘야 아마추어 선수들도 자신에게 맞는 보직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오승환의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오승환은 "예를 들어 (정)현욱이형의 나이에 대해 지적하는데 그건 정말 옛날 이야기다. 나이만 놓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신체 나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욱이형의 신체 나이는 30대 초반 선수보다 뛰어나면 뛰어나지 뒤지지 않는다. 나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계투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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