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5)과 LA 다저스가 막판 협상에 돌입하며 신경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언제나 그렇듯 '국적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처음 포스팅에 성공했을 때부터 "류현진이 일본에서 뛰었더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 보라스는 다저스와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류현진이 일본에서 뛸 수도 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옵션"이라며 재차 일본을 언급했다.
현실적으로 류현진의 일본행 가능성은 극히 낮다. 아니, 아예 없다. 이미 선수 본인이 "메이저리그만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전혀 생각 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일본행은 다저스와 협상에서 보라스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액션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일본으로 진출하는 게 협상에 있어 보다 유리한 전략인 건 틀림없다.
그러나 류현진의 일본행은 보라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류현진은 완전한 FA 신분이 아니라 소속팀 한화의 동의하에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이 결렬된다면 류현진의 일본행은 보라스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한화가 결정하는 것이다.

한화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전제로 류현진의 포스팅 추진을 승인했다. 처음부터 일본은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보라스는 일본행을 언급하며 한화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힘겹게 내린 대승적인 명분을 완전히 배제했다.
설령 류현진이 일본행을 결심하고, 한화 구단이 동의하더라도 일본 구단과 이적료를 놓고 협상을 할 수 있는 창구는 보라스가 아닌 한화 구단이다. 밀고 당기는 비즈니스 협상의 특성상 보라스의 일본행 언급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한화 구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언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 구단은 "지금은 아직 협상 과정에 있고, 보라스의 말에 구단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류현진 관련 언급을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화 구단의 결정과 명분이 배제된 보라스의 막무가내식 자세에는 씁쓸함이 남았다.
보라스의 이 같은 자세는 류현진 연봉 협상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류현진과 함께 추신수(클리블랜드)까지 자신의 고객으로 두고 있는 보라스는 지난달 "류현진과 추신수는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않는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에이전트로서 선수 보호의 의미가 강하지만 그들을 선발한 기술위원회와 코칭스태프는 불쾌해 했다는 후문. 여러모로 보라스의 악명이 올 겨울 한국에도 제대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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