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좌완으로는 단 한 번도 재미를 못 봤던 팀이다. 4년 만에 선택한 팀 창단 이래 네 번째 외국인 좌완. 크리스 세든(29)은 다음 시즌 SK 와이번스 마운드의 등불이 될 수 있을까.
SK는 6일 “올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좌완 세든과 총액 3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라고 발표했다. 193cm 93kg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세든은 140km대 후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종을 갖춘 선발 요원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SK 측의 평가다.
세든을 선택하며 SK는 2000년 팀 창단 이래 네 번째 외국인 좌완 투수를 영입했다. 세든 이전 가장 최근 외국인 좌완은 2009시즌 도중 웨이버 공시했던 크리스 니코스키.(전 두산-넥센) 니코스키는 물론이고 SK 유니폼을 입었던 좌완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선수가 전무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가장 처음 SK에 입단한 외국인 좌완은 2002시즌 중반 유니폼을 입은 대니얼 매기. 당초 롯데의 외국인 투수였던 매기는 전반기 동안 롯데 에이스로 분전하다 백인천 당시 감독이 팀 리빌딩으로 시즌 행보를 결정하면서 SK로 이적한 바 있다. 당시 SK는 2001년 15승을 올렸던 우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가 팔 신경 이상으로 인해 던질 수 없게 되어 위기를 맞았으나 마침 롯데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매기와 우타자 조경환을 받고 퇴출이 확정된 에르난데스와 외야수 윤재국, 내야수 박남섭(박준서로 개명)을 내줬다.
선발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매기였으나 SK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해 매기의 최종 성적은 23경기 6승 9패 평균자책점 4.69. 그러나 SK 입단 후로만 치면 2승 4패 평균자책점 6.23에 그쳐 실망감이 컸던 선수다. 두 번째 좌완은 2005시즌 입단했던 헤수스 산체스였으나 산체스도 14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하고 퇴출되었다.
세 번째 좌완은 2009시즌 입단한 니코스키. 직전 해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2시즌 동안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약했던 니코스키는 선발로 뛰기 위해 SK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당시 김성근 감독은 구종과 타자 스타일에 따라 때로는 스리쿼터로, 때로는 사이드스로로 던지는 니코스키의 투구 스타일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니코스키는 SK 유니폼을 입고 1군 7경기 2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한 채 웨이버 공시되었고 일본 관광 도중 두산의 클레임에 응해 그해 최종 성적 19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이렇듯 SK와 외국인 좌완은 인연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나마도 두 명의 투수는 타 팀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에 SK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던 순간. 메이저리그 통산 38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한 세든은 마이너리그 통산 104승 93패 평균자책점 4.55의 성적을 올렸다. 마이너리그 286경기 중 270경기에 선발 등판, 이닝 소화 능력 등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마이너리그 성적만 보면 앤디 밴 헤켄(넥센)과 유사하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시절 땅볼/뜬공 비율이 1.02로 싱커볼러는 아니다. 따라서 피장타에 대한 위험도를 주의해야 할 전망이다. 또한 최고구속은 148km 가량이지만 평균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중반. 키킹 시 무릎의 움직임이 독특해 타이밍을 맞추기 쉬운 스타일은 아니지만 결정구를 직구로 삼는 투수인 만큼 구위 저하 없이 그대로 국내 리그를 밟을 것인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짐 매그레인이 퇴출당한 이유도, 올해 밴 헤켄이 11승 투수가 된 이유도 모두 직구 구위 상승 유무에 있었다.
이승호(NC), 고효준, 전병두, 정우람, 박희수까지. SK는 국내 좌완으로는 걱정할 일이 없었던 팀이다. 그러나 외국인 좌완을 수혈했다하면 소득을 못 봤던 팀. 세든은 SK의 외국인 좌완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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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시절 크리스 니코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