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 롯데의 일정 불만, 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2.07 06: 59

홀수 구단 체제의 시즌 운영은 어느 정도 파행이 예고된 결과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일 실행위원회에서 내년 시즌 일정 재편성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일정 논란에 KBO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NC의 1군 데뷔에 따라 9구단 체제로 내년 시즌을 맞이하게 된 프로야구는 일정상 한 팀이 반드시 쉬어야만 한다. 문제는 연전을 쉰 팀과 붙는 일정상 불리함이다. 롯데는 연전을 쉰 팀과 맞대결이 무려 12차례로 가장 적은 삼성(1회)보다 훨씬 더 많다. 롯데의 불만은 과거 홀수 구단 체제의 성적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 1986~1990년 홀수 구단 일정은

1982년 6개 구단 체제로 시작한 프로야구는 1986년 7구단 빙그레의 등장과 함께 홀수구단 체제가 됐다. 8구단 쌍방울이 1군 무대에 합류한 1991년부터 올해까지 23년간 8개 짝수 구단 체제로 운영됐고, 경기 일정에 따른 불합리함이 제기되지 않았다. 문제는 7개 구단 홀수 체제로 운영된 1986~1990년. 당시에는 이 같은 일정상 불공정이 없었을까.
1986년 첫 해 일정의 양극화가 일어났다. MBC가 무려 17차례나 연전을 쉰 팀과 맞붙은 반면 롯데는 단 1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MBC에 이어 해태가 13차례, 청보가 9차례, 삼성이 8차례, OB가 6차례, 빙그레가 3차례로 뒤를 이었다. MBC·해태가 10차례를 넘어선 반면 롯데·빙그레는 5회 미만이었다. 일정의 불균형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첫 해 시행착오를 거친 뒤 1987년에는 가장 많은 청보가 10차례였고, 가장 적은 롯데·삼성·빙그레·해태가 6차례로 공평하게 일정이 짜여졌다. 1988년에는 해태가 연전을 쉰 팀과 대결이 단 1차례로 '일정 특혜'를 입었다. 하지만 나머지 6개팀은 8차례 이상, 11차례 이하로 비교적 공평하게 일정이 나눠져 어느 정도 수긍할 만했다.
1989년에는 7개팀 모두 연전 휴식팀과 대결이 5회 이상, 10회 미만 안에서 일정이 잡혔다. 마지막 홀수 구단 체제였던 1990년에도 7개팀 전부 6회 이상, 10회 미만으로 간극을 더욱 좁혔다. 홀수 구단 초기에는 일정의 양극화가 있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간극을 좁혔다. 홀수 구단 체제에서 오는 불공정성을 최대한으로 억제한 결과였다.
▲ 연전 휴식팀과 맞대결 승률은
그렇다면 연전 휴식팀과 맞대결한 시리즈에서의 승률은 어떻게 될까. 1986년부터 1990년까지 5년간 시즌 막판 뒤죽박죽한 잔여 일정을 제외하면 연전을 쉰 팀과 시리즈 맞대결 성적이 250승276패17무로 승률이 4할7푼5리다. 5할에 조금 못 미치는 성적. 아무래도 휴식팀과 붙는 건 상대하는 팀으로서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홀수 구단 마지막 해였던 1990년에만 66승56패4무 승률 5할5푼1리로 유독 높았을 뿐 나머지 4시즌은 모두 5할 승률 미만이었다. 1990년은 해태(10승3패) 삼성(12승10패) 빙그레(10승8패) 등 상위권 팀들이 일정의 불리함을 딛고 호성적을 낸 결과였다. 5시즌 통틀어 연전 휴식팀과 대결에서 5할 승률 이상을 낸 팀은 16팀으로 전체 비율의 28.6%밖에 되지 않는다.
연전 휴식팀과 대결이 가장 크게 작용한 건 1988년이었다. 당시 연전 휴식팀과 붙은 팀은 41승66패3무로 승률이 3할8푼3리에 불과했다. 연전 휴식팀과 대결이 한 번밖에 없었던 해태는 그해 전기·후기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삼성은 11차례 연전 휴식팀과 대결에서 4승16패1무로 고전하며 전기 5위와 후기 2위에 만족했다. MBC와 태평양도 각각 9차례·8차례 연전 휴식팀과 승부에서 2승14패1무, 4승12패 1무에 그치며 그해 6~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물론 예외는 있다. 1986년 MBC는 가장 많은 17차례 연전 휴식팀과 시리즈에서 19승14패1무로 호성적을 냈다. 그러나 그해 OB 역시 전기 4위, 후기 3위가 돼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987년에는 가뜩이나 전력이 약한 청보가 10차례로 연전 휴식팀과 대결이 가장 많았는데 4승13패에 그치며 시즌 7위에 그쳤다. 연전 휴식팀과 승부가 많을수록 전체 성적은 불리했다.
여기서 변수가 또 있다. 당시에는 주로 2연전으로 치러져 7개팀이 일주일 4경기를 기본적으로 치렀다. 내년 프로야구 일정은 8월초까지 3연전을 기본으로 한다. 이틀 휴식과 사흘 휴식의 차이는 어떠할까. 1989년에는 7월 중순, 1990년에는 6월 중순 이후 3연전으로 치러졌는데 연전 휴식팀 상대 성적이 각각 25승18패2무, 39승36패로 도합 승률 5할4푼2리에 달했다.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 1989~1990년은 연전 휴식팀과 대결 차이가 3~4차례로 비교적 공평하게 짜여진 일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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