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은 일은 KBO가 극적타결을 이뤄낼 수 있느냐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선수협회 정기총회에서 ‘10구단 창단 승인’을 조건으로 오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비롯한 앞으로의 모든 일정을 거부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박재홍 선수협 회장은 “10구단 창단 승인이 없다면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비롯한 모든 일정에 선수들은 참가하지 않는다. 내년 1월 15일까지 선수단 비활동 기간인데 선수들은 KBO나 구단의 일정 참가 없이 자율적으로 보낼 것이다”고 밝혔다.

선수협의 단호한 결정에 KBO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이제는 KBO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KBO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5일 남았는데 5일이면 남은 시간이 100시간이 넘는다. 빠르면 1시간 안에도 (10구단 창단 승인이) 가능하지 않나. 시간에 쫓기게 됐지만 해보겠다”고 11일까지 이사회를 개최해 10구단 창단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선수협과 KBO가 10구단 창단 승인 여부를 놓고 사상초유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파행 위기까지 오게 된 것에는 이사회 개최에 대한 극명한 입장 차이가 원인이 됐다.
선수협은 지난 6월 19일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참여 승인을 무기한 유보하자 당시 약 한 달 후에 열리는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이후 7월 13일 올스타전을 8일 앞둔 상황에서 “KBO로부터 한국시리즈 직후 10구단 창단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여 연내에 10구단 창단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과 의지를 확인했다”며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지 한 달이 넘어서도 10구단에 대한 이사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KBO는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아시아시리즈 등의 일정이 있었는데 12월이 되기도 전에 선수협에서 보이콧 의사를 전했다”며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에도 일정이 빠듯했기에 이사회 개최와 이사회를 통한 10구단 창단 승인을 이끌어내기가 힘들었다고 난색을 표했다.
또한 KBO는 단순히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보다 10구단 창단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KBO는 “결과가 하루아침에 나온다면 이미 이사회를 개최했을 것이다. 그동안 구단 대표들과 면밀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10구단 창단 승인 결과를 내도록 노력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 KBO는 이제부터 10구단 창단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는 구단 대표 설득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됐다. 롯데와 삼성이 10구단 창단 승인에 반대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하루라도 빨리 이들로부터 찬성의사를 들어야한다.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이사회 찬반투표에서 10구단 찬성표를 확보하는 확실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KBO가 정말 수면 아래로 구단 대표들과 10구단 문제를 논의해왔고 이사회 개최와 동시에 10구단 체제의 승인을 받아내려고 움직였다면 극적타결 가능성도 있다.
선수협과 KBO가 바라보는 종착점은 같다. 선수협이 10구단 체제를 주장하는 것처럼 KBO 역시 일 년 내내 10개 구단이 프로리그를 치르는 것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선수협은 자신들의 잔치를 포기하기 일보직전이고 KBO는 이에 따른 시한폭탄을 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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