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누수가 이어지고 있는 SK다. 하지만 내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선수도 있다. 우완 윤길현(29)이 대표적인 선수 중 하나다.
윤길현이 낯선 이름은 아니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해 SK 막강 불펜의 한 축을 이뤘다. 2007년과 2008년에 걸쳐서는 총 126경기에 등판해 9승3패2세이브32홀드를 올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공헌했다. 그러나 2009년 상무에 입대하며 팬들의 시선에서 조금 멀어졌고 복귀 첫 해인 올 시즌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1군에서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수술 후유증 때문에 몸만들기가 늦었던 탓이다.
그러나 내년은 다를 것이라는 게 SK 벤치의 생각이다.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마무리캠프에서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이만수 SK 감독이 뽑은 마운드 MVP 3명 중 하나가 윤길현이었다. 그만큼 페이스가 좋다.

성준 SK 투수 코치는 “일단 어깨가 싱싱해졌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라고 했다. 기본적인 기량이 있는 선수인 만큼 몸 상태만 정상이라면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외에도 슬라이더의 위력이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성 코치는 “예전에 비해 슬라이더 활용폭이 넓어졌다. 바깥쪽 외에도 몸쪽 승부구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슬라이더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성 코치는 “지금까지는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캠프를 통해 슬라이더라는 틀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캠프에서 배운 체인지업 등으로 좀 더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정구인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될 수 있다.
윤길현의 부활과 SK 투수력 강화는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SK 마운드는 재편이 불가피하다. 특히 불펜이 그렇다. 마무리 정우람의 입대로 선수들의 연쇄 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캠프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젊은 선수들도 있지만 아직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카드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윤길현이 정상적으로 가세한다면 벤치의 고민거리가 줄어든다. SK가 윤길현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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