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톱모델의 ‘트레이너’는 남편...행복한 모델 혜박
OSEN 이예은 기자
발행 2012.12.07 14: 15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톱모델. 쟁쟁한 런웨이를 모두 걸어 본 상징적인 존재. 가장 세련된 스타일 아이콘이면서도 어린 나이에 과감히 결혼한 유부녀이기도 한, ‘모든 것을 가진 여자’.
이 정도가 모델 혜박(Hye Park, 한국명 박혜림)에 대해 대중이 가진 이미지이다.
1985년생으로 아직 한국 나이 28세에 불과한 혜박이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며 모델로서 이룬 성취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기사가 있었다. 조쉬 하트넷과 이효리 등 국내외 셀러브리티들과의 화려한 인맥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려졌다.

인터뷰가 잡히고 소속사 관계자는 “해외 활동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으니 조금은 색다른 질문이 좋겠다”고 귀띔했다.
최근 KBS2 ‘개그콘서트’의 ‘정여사’ 코너 출연 등으로 웃음을 선사한 혜박은 런웨이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캐주얼 복장에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하고 인터뷰에 나섰다.
이날의 인터뷰 주제는 ‘톱모델의 자기 관리’로 잡고, 혜박이 그 부러운 몸매부터 인간관계, 마인드 콘트롤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자신을 다잡고 관리하는지를 최대한 캐물었다.
-직접 보니 역시 조각 같은 몸매에 주먹만한 얼굴이 부럽다. 사실 몸매 관리에 대한 질문은 꾸준히 들었겠지만, 오늘은 구체적인 운동 방법과 관리법을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
▲그렇게 봐 주시니 고맙다. 한국에서는 꾸준히 일을 하느라 미국에서처럼 운동을 하지는 못한다. 미국에 있을 때는 하루에 꾸준히 2시간씩 운동을 한다. 필라테스, 요가 등 몸매관리에 좋다는 다양한 운동을 해 봤는데, 요즘은 발레의 동작을 응용한 피트니스 운동을 한다.
막상 운동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은데(웃음) 음악을 틀어놓고 아주 빠르게 한다. 모델이다 보니 살을 뺀다는 목적보다는 몸매의 ‘톤업(tone-up, 탄력있는 몸을 만든다는 의미)’이 중요한데, 매우 도움이 많이 됐다.
몸무게가 확 줄거나 하진 않는데 근육이 많아져서 몸매가 예뻐 보이는 경험을 했다. 요가, 필라테스도 많이 해 봤지만, 몸매 교정은 되는데 톤업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근데 이 운동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몸의 라인을 잡아 줘서 꾸준히 한다.
-‘발레 피트니스’는 한국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한 운동인 것 같다.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
▲한 지는 4개월 정도 됐다. 한국에선 생소한 운동이 맞고, 미국에서도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짐(gym, 체육관)에서 뛰거나 하는 건 지루해서, 혼자 하기에 별로 재미도 없더라. 이 운동은 센터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하기 때문에 덜 지루하다. 사이클 타는 것도 좋아해서 두 가지를 번갈아서 해 준다. 사이클을 땀을 많이 빼니까 다이어트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내가 미국에서 다니는 곳은 이렇게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는 ‘종합 스포츠 센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거의 여자들만 오는 곳이라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하루 2시간의 운동 외에, 미국에서의 삶을 설명한다면.
▲아무래도 결혼을 했으니 주부로서의 생활을 하느라 바쁘다. 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 동물을 키워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그 일도 바쁘고 이런 저런 집안일도 열심히 한다.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등산을 하고, 같이 볼링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미국에서는 별로 여가 생활을 할 게 없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볼링을 하는데, 그것도 꽤 운동이 되는 것 같다. 골프나 다른 운동은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남편과 주로 볼링으로 ‘술 내기’를 한다.(웃음)
그리고 활동을 하지 않고 미국에 있을 때는 굉장히 늦게 일어나고 게으른 편이다. 일할 때는 그렇지 않지만...
-남편이 운동을 잘 해서 도움이 되는 면도 있겠다.
▲사실 당연하겠지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남편에 대한 것이다. 결혼의 과정이나 외조를 얼마나 잘 하는 지를 많이들 궁금해 한다. 그런데 많이 얘기하다 보니 내 입으로 말하기가 많이 민망하다. 남편도 “푼수처럼 계속 남편 얘기하지 말라”며 “사람들이 ‘닭살’이라고 싫어한다”고 해서 자제하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테니스 코치로 운동을 잘 하다 보니 따로 트레이너는 두고 있지 않음에도 도움은 많이 받는다. 직업이 그렇다 보니, 남편은 남을 가르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남들은 쇼핑을 같이 한다는데 남편은 나와 다양한 운동을 함께 하려고 한다. 골프, 볼링, 암벽등반, 등산, 주짓수 등의 무술에까지 빠지신 상태다(웃음). 자꾸 나에게 무술도 가르치려 하는데, 멍이 쉽게 드는 편이라 그런 건 못하겠다고 한다.
-식생활도 궁금한데. 특별히 가리거나 조심하는 부분이 있나.
▲나는 밥이고 술이고 안 먹는 것은 없다. 금식을 하거나 야채만 먹는 기간도 없다. 먹고 싶은 걸 먹고 그만큼 운동을 더 하는 게 낫다. 다이어트를 나쁜 방식으로 하면 속도 나빠지고 요요도 심해진다.
사실 우리 부모님 모두 아주 마르셔서, 체질적으로 나도 그렇게 타고 났을 것이다. 하지만 모델이라는 게, 무조건 마르기만 해서는 또 별로 좋지 않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살을 막 빼려고 운동하는 게 아니다. ‘톤 업’이 중요하다. 그래서 몸무게는 일정 선을 지키면서 유지하려고 한다. 몸 관리를 놓고 고민이 될 때라면 몸은 별 차이가 없는데 얼굴에 살이 찌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확 티가 나서 조심하려고 한다.
-그래도 중요한 쇼나 촬영을 앞두고는 식이조절을 할 듯한데.
▲아침을 가볍게 먹고 저녁에 일을 끝내고 많이 먹는다는 점이 남들과 가장 다른 듯하다. 늘 아침은 가볍게 먹는다. 아침은 간단히 빵, 커피 등으로 한다. 그런데 식이조절을 할 때는 백반(흰 쌀밥)을 먹지 않고, 밀가루로만 된 빵도 먹지 않는다. 곡물빵을 주로 먹고, 점심도 최대한 간단히 먹는다.
사실 한국에선 촬영하게 되면 바쁘다 보니 시켜 먹을 때가 많아서 그냥 가리지 않고 먹기도 하지만, 스케줄 전엔 식사량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오히려 스케줄 끝나고 나서는 많이 먹는 편이다. 나는 잘 먹어야 잠이 온다. 그래서 잘 자고 아침에 덜 먹게 된다. 나한테는 그런 패턴이 잘 맞는 것 같다.
-모델로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면 마인드 콘트롤도 중요할 것 같은데.
▲모델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평소에도 계속 노력한다. 사실 미국에 있을 때 영화 출연 제안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모델로서의 꿈, 모델로서의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모델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연예인처럼 방송활동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모델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알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방송 또한 모델이란 직업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방송이어야 출연하고 싶고, MC로 나서더라도 모델에 관련된 걸 하고 싶다(실제로 혜박은 ‘개그콘서트’에서도 ‘진상 손님’인 톱모델인 자기 자신을 연기했다).
훗날의 꿈은 해외 진출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는 것이다. 그걸 내가 후배들에게 전하기에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위치에 가보고 싶다.
-자신의 캐릭터로 출연한 ‘개그콘서트’는 어땠나. 워낙 대중적인 방송이라 흥미로운 경험이었을 듯하다.
▲그렇다. 많이 긴장했다. 근데 반응이 매우 뜨겁고 많이 좋아해 주셔서 막상 찍을 때는 별 긴장 없이 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개그를 좀 더 해 볼 걸’하는 욕심까지 생기더라. 좀 더 오버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든다. 여담인데 함께 촬영한 개그맨 송병철씨의 키가 정말 크더라. 내가 하이힐을 신었는데도 밀리지 않으셨다(혜박은 SNS에 '정여사' 팀과의 기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른바 ‘모델 포스’를 유지하려면 자연스럽게 풍기는 이미지가 중요할 듯하다. 이미지 메이킹을 따로 해 보거나 원하는 이미지를 몸에 새기려고 노력한 적은 없나.
▲모델은 여러 가지 화보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필요한 콘셉트를 위해서는 잡지도 많이 보고, 혼자 연습도 많이 하고. 지금까지 찍었던 걸 보면서 모니터링도 하고 고민도 해 보고...다양한 노력을 한다. 쇼에 설 때의 워킹도 늘 같은 게 아니다. 쇼의 콘셉트에 따라서 다 달라야 하고, 또 시즌마다 달라야 한다. 그때그때 가이드를 듣고 ‘이번엔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다. 지금은 오래 활동하다보니 꽤 숙련이 됐다. 초반보다는 화보 촬영이나 런웨이에서 수월한 편이다.
-가장 자신 있는 콘셉트가 있다면?
▲화보에서는 주로 ‘센 것’을 많이 했다. 포즈도 각이 있는 포즈를 많이 취했다. 내추럴한 것보다는 강한 이미지다. 쇼에서도 귀엽고 블링블링한 것보다는 ‘프렌치 시크’를 표현하는 쇼가 더 많이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화보나 잡지를 보면서 늘 다양하고 새로운 콘셉트를 공부한다. 다른 모델의 화보를 보고 ‘나도 이런 걸 주문받으면 꼭 이렇게 참고해서 해야지’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일할 때의 마음가짐은 미국에서 집에 있을 때와는 매우 다르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다.
▲내가 모델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게 참 다행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면서는 쉬는 날이 있을 때도 빨리 일하고 싶어서 온몸이 근질거릴 때도 있다. 계속 일하는 것이 좋다.
아까도 말했지만 미국에서 일이 없을 때는 늦게 일어나고, 아주 게으른 편이다. 대신 일할 때는 다르다. 아주 적극적이고, 반드시 제 시간에 맞추고, 힘든 내색을 안하려고 애쓴다. 만일 내가 책상 앞에서 하는 평범한 일을 해야 했다면 정말 지겨워했을 텐데, 매일매일 다르고 다이나믹한 모델 일은 정말 내게 잘 맞는 것 같다.
-다시 외모 쪽으로 돌아가 보자. 피부 관리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미국에서는 스킨케어 숍 등에 안 간다. 한국만큼 잘하는 곳이 없다. 마스크팩, 시트팩, 워시오프팩 등 다양한 팩을 매일 해 주는 편이다. 또 한국에서는 화보, 쇼, 방송 있을 때는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 매일 아침에 팩을 붙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전문 관리실에서 관리를 받는다. 일하지 않을 때는 거의 맨 얼굴에 선크림만 바르고 다니는 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남편 외에도 든든한 인간관계가 있어야 삶이 풍요롭지 않은가. 인간관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한국에는 약 5명 정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여가 시간에 그들을 만난다. 내가 해외에서 왔다갔다하는 걸 알기 때문에 직장인이거나 결혼했거나 아이가 있는 친구들이라도 시간을 내서 나를 만나 주는 편이다. 그래서 외롭지는 않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편은 아닌데, 친한 친구들은 계속 만난다. 지금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2005년 처음 데뷔를 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조차 아무도 몰랐을 때, 팬으로 나한테 관심을 가져줬던 이들이다. 초반에는 한국에 일하러 와서 하루나 이틀 정도만 촬영해서 호텔에서만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 같이 촬영장도 가 주고, 나를 챙겨 주는 그 정이 고마워서 친하게 지냈고, 한국 활동이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LA에서 산 지 약 4년 정도 되어, 남편과 공통적으로 친한 친구들이 있다.
-팬이 스타의 친구가 되는 드문 경우라 신기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활동 초반부터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려주거나 관심을 많이 가져 주던 팬이 있었다. 그 때는 중학생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KBS2 ‘이야기쇼 두드림’ 촬영할 때 방청객으로 추첨돼서 왔더라. 이제 대학생이 돼서 말이다. 편지나 선물을 들고 와 줬는데, 참 기억에 남았다. 직접 본 건 처음이었는데 그렇게 한결같이 나를 생각해 주는 게 참 고마웠다. 중학생을 대학생으로 키운 것 같기도 하고.(웃음)
-원래 생물학 전공으로 평범하게 공부를 하는 인생도 생각해 봤을 듯하다. 앞으로 공부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아시다시피 생물학과 학생으로 대학을 다니다가 2학년 때부터 모델 일을 했다. 아직도 동물에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다. 사실 패션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뉴욕 파슨스나 FIT에도 합격을 했었는데 당시 911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가지 못했다. 언제쯤이 될 지는 모르지만, 원래 전공인 동물에 관련된 쪽이나 패션 쪽의 공부를 더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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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뎅 드 라망 H.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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