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빈 "데뷔 10년차, 오만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12.07 13: 58

맞춤옷을 입은 것 같았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며 너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수수하지도 않았다.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배우 배수빈은 영화 속에서 묵직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영화 '26년'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그날, 비극적 사건의 주범인 그 사람 단죄 프로젝트의 작전 설계자 김주안 역을 맡은 배수빈은 아무거나 골라잡은 옷이 아닌,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복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 사실 그의 오래된 연기 경력을 감안한다면 자유롭게 스크린을 누비는 배수빈의 모습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이성적으로 작전을 설계하는 김주안에게 빠져들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힘을 내뿜고 있었다. 본인 자신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잘 입은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혹시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수트가 유독 잘 어울려서였을까. 지난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소위 말하는 '수트빨'이 대단했다는 칭찬을 건네자 자기 자신도 모니터 속 수트 차림을 보고 감탄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김주안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는 칭찬에는 이런 말을 자꾸 들으면 오만해진다며 겸손함을 표하기도 했다.
-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사실 우리 역사에는 아픔들이 있었다. 고구려 때부터 침략들이 있었고 10년에 1번씩은 꼭 있었다고 하더라. 억울한 사연들이 수없이 있었다. 그런데 한 개인이 죽었다고 하면 개인과 그 가족의 아픔이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면 그건 더는 개인의 아픔이 아닌 국가, 민족의 아픔이다. 사실 작품 제의를 받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너무 무거워서 두렵기도 했다. 이 감정을 섣불리 표현하는 것도 오만하다고 느껴지는 작업일 수 있지 않나.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나라의 아픔이었기 때문에 그 정서를 가진 사람이 많은 거다. 그래서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이고 때문에 나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 원작인 웹툰 '26년' 속 김주안 캐릭터와 영화의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 영화로서 극적으로 (김주안 캐릭터를) 재탄생시켜보자는 합의점이 있어서 설정들을 조금씩 바꿨다. 원작에서 김주안은 단선적일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절제하는 인물, 인간적인 인물로 변화됐더라. 그리고 내가 김주안을 했기 때문에 나만의 김주안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본인이 가진 색깔들이 입혀지니까 맞는 옷을 잘 입은 것 같다.
-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나.
▲ 일단 진구는 남자답다. 개구지고 순수해 보이기도 하고 그러한 복합적인 것들이 진구를 통해서 진배로 나온 것 같다. 이경영 선배님과는 트러블이 날 일이 없었다. 선배님은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그런 것을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재밌게 웃기도 하고 그러면서 좋은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작업이 즐거웠다. 내가 꼭 한 번 연기로 만나고 싶은 선배님이셨다.
- 워낙에 연기파 배우들이 많아서 기 싸움 같은 것은 없었나.
▲ 배우 간에 스파크가 튀지 않나. 그런 게 재밌다. 연기하면 또 리액팅이 나오니까 재밌었다. 그런 게 좋은 배우들하고 같이 하는 장점인 것 같다. 다시 좋은 배우들하고 작업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 어느덧 연기 11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 나는 항상 노력한다. 순간 방심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 오만이 내 안으로 들어와 버리더라. 그런 마음을 버리고 있어야만 현장에서 순수하게 부딪힐 수 있다. 매번 작품이 끝나면 신인배우의 자세로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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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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