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전현무 "재미없는 방송은 재앙이다"[와이드 인터뷰②]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12.07 15: 20

1편에서 계속
전현무의 명함엔 무엇이 적혀 있을까. 이제 전현무의 직업은 아나운서가 아니다. 프리 선언을 한 이후, 그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 MC로 나서며 진작부터 꿈꿔왔던 예능 MC,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유롭게 저 하늘을~.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방송인, MC 정도 아닐까.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은 이제 내려놔야 되는 게 맞다. 이제 내 신분은 아나운서가 아니다. 하지만 그(아나운서) 색깔이 쉽게 빠지지는 않을 거다. 아직도 사람들은 내게 '전현무 아나운서'라고 부르더라.
스스로도 그 뿌리를 잊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다. 사실 아나운서였단 사실을 버리고 싶지 않다. 그 이름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고 앞으로 예능 일을 하는 데도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고 있다. 소위 '국민MC' 들을 보면 대부분 개그맨 출신이다.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등등. 하지만 나는 아나운서 출신인 만큼 희소성이 있고 나만이 잘 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퀴즈 프로그램이나 생방송 진행은 아나운서들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아나운서라면 생방송 진행은 지겹도록 하게 된다. 내가 그런 것에 특화가 되기 때문에, 나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걸 왜 버리겠나. 이젠 아나운서 신분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내 출신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살 거다.
그래도 아나운서로서 뉴스 진행에는 미련이 없나
전혀 없다. 정말. 정확히 말하면 지금 방송되는 뉴스 프로그램들에 관심이 없는 거다. 뉴스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포맷을 싫어한다고 할까. 내 좌우명 중에 '재미없는 방송은 재앙이다'란 게 있다. 나는 뉴스쇼를 하고 싶다. 지금처럼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딱딱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사와 예능을 결합한 쇼 형태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예능이고 다큐고 뉴스고 재미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퇴사 전에 진행했던 KBS 2TV '생생정보통'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에 가깝다. 하지만 '생생정보통'도 더 가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간 뉴스쇼가 생긴다면 난 무조건 한다. 욕심 낼 거다.
그렇다면 왜 아나운서를 했나. 애초에 MC나 리포터로 시작하면 어땠을까
애초에 꿈이 MC였고 방송인이었다. 기본적으로 아나운서는 MC를 할 수 있으니 좀 더 예능적으로 풀어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알다시피 리포터나 MC는 방송사 공채도 없을뿐더러 입성하기까지 문이 더 좁다. 그렇다고 개그맨으로 시작하자니 MC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너무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나운서로 일한 시간은 내게 정말 값지다. KBS 아나운서 한 덕분에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MC들과는 모두 작업을 해본 것 같다. '해피투게더' 유재석, '불후의 명곡' 신동엽과 김구라를 포함해 KBS에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강호동 이휘재 김국진 탁재훈 남희석 김제동 등등 유명 MC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고 곁에서 많은 걸 배웠다. 실전에서 부딪혀보면서 혼도 나고 편집도 당해보고, 살아있는 교과서들을 만났던 셈이다.
KBS를 나와 '택시'를 가장 처음 시작한 건 나름의 전략이 있던 건가
치밀하게 전략을 짠 건 아니지만 고민 끝에 결정한 거다. 나는 원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같은 류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살짝 '못된 예능'이랄까. '택시'가 러브콜이 왔는데 내가 하고 싶은 '라디오스타'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일하는 김구라도 '라디오스타'에서 못된 예능을 보여주던 분이니. 솔직하고 담백하면서도 통쾌한.. 못된 예능만의 맛이 있다. 그래서 '라디오스타'를 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는데 '택시' 섭외가 들어온 거다.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역시 해보니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택시'는 정말 하길 잘했다.
최근 '엄마가 뭐길래'로 시트콤까지 도전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건가
연기 욕심이라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출연했다. 프리랜서 전현무가 진행만 하는 게 아니라 연기도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아나운서 색깔을 다소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SNL 나갔을 때 장진 감독이 내 연기력을 인정 했다. '가다듬으면 옥석이 될 것'이라고.(웃음) 이런 능력도 잇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생명은 진행을 떠나 멀티 플레이가 가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현무가 이런 것도 할 줄 아니 제작자 여러분들은 고려해주세요'라는 의미랄까.
사실 향후에도 연기를 꼭 하겠다거나 굳이 안하겠다거나 이런 기준을 두고 싶지는 않다. 물론 MC로 성공하기 위해 나온 거니까 연기가 주업이 되진 않을 거다. 하지만 난 어릴 때부터 '남자셋 여자셋', '세 친구', ‘테마게임' 등을 보고 자란 세대다. 신동엽 이경규 김국진 김용만.. 이런 선배들의 활약을 너무나 좋아했다. 롤모델이 신동엽일 만큼. 신동엽처럼 MC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를 느끼는 분야는 어떤 건가
아무래도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건 토크쇼다. '택시' 같은 프로그램 진행이 좋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어디선가 고정 출연 요청이 온다면 꼭 하고 싶다. 예전에 KBS에서 '남자의 자격' 하면서 나는 '인간 전현무'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출연자가 캐릭터를 설정하고 들어가는 순간, 망한다. 나도 '밉상' 캐릭터로 보였는데 사실 내 DNA 속에 분명 밉상 면모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날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분명 매력적이다.
결론적으로 프리 전향 후, 분명 더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행복하다. 솔직히 행복하다. 물론 한 쪽에선 불안감이 엄습하고 하루하루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 KBS에다 YTN 시절까지 합치면 9년간 조직에 몸담으며 케어를 받았던 사람이다. 나를 보호해줄 울타리가 없다는 건 굉장한 불안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또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빠르다. 변화에 민감하고. 하지만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다. KBS에 남아 있었다면 자칫 안주할 수도 있었는데 혼자 나오게 되면서 더 치열해졌다. 방송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나 할까. 스트레스는 분명 받는다. 하지만 유쾌한 스트레스, 기분 좋은 스트레스다.
'프리' 전현무로서 팬들, 시청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KBS에도 예능적으로 끼 있는 아나운서들이 많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다양한 재주와 매력을 지닌 아나운서들이 많았다. 배우들도 연기를 하고 개그맨들도 가수를 하는 시대에 아나운서에겐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다. 난 그 벽을 깨고 싶었다. 나로 인해 그 벽이 깨지면 아나운서들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도 생기지 않을까. 물론 다 뛰쳐나오라는 얘긴 아니다. 내 둥지였던 아나운서실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거창하게 대의명분을 위해 일하겠다는 건 아니다. 물론 나 잘 되자고 나온 거지만 내가 이렇게 살다 보면 분명 아나운서들의 영역 확대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전현무는 사진 촬영을 할 때면 특유의 장난기를 발동하며 온갖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중간 중간 자신감과 재치가 적당히 버무려진 이야기들은 꽉 찬 속내를 엿보게 했다.    
그는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와중에도 수많은 전화를 받고 끊으며 부산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이후엔 곧장 새 프로그램 제작진과 미팅 자리가 이어졌다. 잰 걸음으로 바쁘게 방송가를 누비는 전현무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프리 전현무의 미래는 이렇게 바쁘고 어수선하지만 쭉 행복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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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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