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 테리블’ 변진수, “(홍)상삼이형 80% 목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08 10: 58

“100점 만점에 70점이요.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이닝 수도 적었잖아요”.
어린 선수답지 않은 진중한 마인드. 그리고 성실함. 그는 자신을 ‘노력형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데뷔 이전부터 준비되어 있던 1군용 투수. 신인으로서 좋은 활약을 펼친 사이드암 변진수(19, 두산 베어스)는 철저한 준비 속 ‘소포모어 징크스’ 깨기에 나서고 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2라운드 신인으로 두산에 입단한 변진수는 시즌 중반 1군에 가세해 31경기 4승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71의 성적을 올렸다. 지고 있는 순간 추격조로서도 힘을 보탰고 상대 필승 계투에게도 밀리지 않는 투수로서 자기 힘을 과시한 변진수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82, 피안타율 1할5푼의 특급 세부 성적이 변진수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쳤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올 시즌과 달리 다음 시즌 두산 계투진의 전망은 오히려 밝은 편이다. 베테랑 이재우, 정재훈 등 부상으로 신음했던 선수들이 출격을 준비 중이고 홀드 3위(22홀드) 홍상삼, 후반 좋은 구위를 보여준 김강률 등 전도유망한 우완 계투들도 다음 시즌 성장 가능성을 드높였다. 김진욱 감독이 35세이브 마무리 스콧 프록터와의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변진수도 흐트러짐 없이 마무리 훈련은 물론 자율 훈련도 집중하고 있어 전망이 밝은 얼굴이다.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변진수는 핫팩을 건네며 “추우실 텐데 이거라도”라며 입단 당시보다 훨씬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신의 기량 절차탁마에는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는 변진수다. 변진수는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 “홍상삼 선배가 올 시즌 펼친 활약의 80% 정도 몫을 한다면 성공일 것 같다”라며 웃었다.
다음은 변진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신인으로서 1년을 돌아본다면 어떨까요.
▲ 시즌 개막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했던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것은 데뷔 후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까지 끌고 가고 싶었는데요.(13경기 14이닝 연속 무실점) 올스타전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 기록이 깨졌습니다.(7월 14일 문학 SK전 ⅔이닝 1실점) 그 기록은 아쉽더라고요.(웃음)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분위기는 어땠어요.
▲ 사실 시즌 막판 구위가 괜찮았다고 생각해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가끔 제구가 안 돼서 정면으로 가는 공도 있기는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특히 포스트시즌에는 팬들이 워낙 많이들 오셔서요. 저한테 뭐라고 하시는 지 잘 안 들렸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마운드에서 더 집중하고 던질 수 있었습니다.
- 첫 시즌을 자평한다면요.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어요.
▲ 70점이요. 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고 경기 출장에 비해 이닝 수도 적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뭐, 그건 선발로 던진 선배 분들이 워낙 잘 던지셨기 때문에 그랬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만.(웃음) 그래도 이닝이 적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 올 시즌을 치르면서 구종이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을 자주 지적받았습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던질 새 무기가 있나요.
▲ 시즌 동안 떨어지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래서 체인지업이나 싱커를 연마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2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던 용덕한(롯데) 선배께서 권유한 스플리터를 연습하고 있어요. 정통 포크볼은 아니고 약간 반포크볼로 끼워서 팔꿈치 부담을 덜하는 대신 손목 스냅을 극대화하는 구종을 던지고자 합니다. 김성배(롯데) 선배의 포크볼과 같은 효과가 나게 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 김진욱 감독이 1년 전 팀 합류 때부터 마무리 훈련, 스프링캠프 모든 훈련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한다고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지으셨더라고요.(웃음) 이번 마무리 훈련에서는 공을 좀 많이 던졌나요.
▲ 하루 100개 씩 총 1100개 정도의 공을 던진 것 같아요. 일단 많이 던지면서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선배들도 1500개 가량 씩은 다들 던졌어요.
-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는데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슬럼프를 시즌 초반에 겪었기 때문에 데뷔 시즌을 그래도 성공적으로 보낸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일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기도 해요. 고교 시절 코치님께서 ‘너는 천재형이 아니라 노력형 선수이니 슬럼프가 와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2군으로 내려간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지요. 2군에서 초반 선발로 나갈 때는 잘 안 풀리다가 중간계투, 마무리를 맡기 시작하면서 다시 페이스가 좋아져 1군에 오를 수 있었어요.
- 다음 시즌 목표를 묻고 싶습니다. 일단 2년 차 징크스 없이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고.
▲ 네, 2년 차 징크스 없어야지요.(웃음) 선배님들 보고 배우면서 코칭스태프 지시에 따라 열심히 하려고요. 우리 선발진 진짜 좋잖아요. 그래서 계투진이 오히려 좀 편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50이닝을 넘겨보고 싶고요. 그리고 올해 상삼이 형이 올린 성적에 80% 정도 해보고 싶어요.
- 홍상삼의 80% 정도라면 17~18홀드 정도인가요.
▲ 그렇게 되나요.(웃음) 어쨌든 상삼이 형 몫의 80% 가깝게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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