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과 1위’ 노경은, 연봉대박 보인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09 07: 13

“예전에도 전지훈련 이전에 먼저 몸을 만들고 훈련을 했으니까요. 올해도 그렇게 할 거에요”.
확실한 자리가 없던 예전의 비시즌. 그는 전지훈련서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몸 만들기에 충실했다. 그 패턴이 익숙한 만큼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각오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 투수진 연봉 고과 1위 노경은(28)에게는 나태함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올해 노경은은 셋업맨으로 시작해 시즌 중 선발로 보직 변경하는 와중에서 오히려 더욱 좋은 활약상을 선보였다. 노경은의 올 시즌 성적은 42경기 12승(2완봉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2위)으로 뛰어났다. 시즌 초반 계투로 24경기 2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6의 성적을 올린 노경은은 선발 18경기 10승 4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에이스의 풍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데뷔 첫 규정이닝 돌파(146이닝)는 물론 탈삼진도 133개로 전체 5위. 승수 12승에 7홀드까지 감안하면 거의 15승급 투수의 활약을 선보였다. 이 맹활약 덕택에 노경은은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불운한 가운데서도 10승을 채운 이용찬을 제치고 올 시즌 팀 내 투수 연봉 고과 1위에 올랐다. 억대 연봉 진입은 확정되었다. 노경은의 올 시즌 연봉은 5500만원이다.
그나마도 지난해 전천후 계투로 나서며 44경기 5승 2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5.17의 성적표를 남겼기 때문에 오른 연봉이다. 2011년까지의 노경은은 프로 데뷔 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전형적인 저연봉 투수였다. 데뷔 후 8시즌을 어둠 속에서 살던 노경은은 이제 팀의 주축 투수로서 따뜻한 스토브리그를 기다리고 있다.
비시즌도 알차다. 노경은은 지난 5일 야구 선배들이 시상하는 일구대상에서 의지노력상을 받았고 각 언론사 시상식에서도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이 끝나고도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어요”라며 웃는 노경은은 잠실구장을 찾아 스스로 몸 만들기에 들어가고 있다.
“마무리 훈련 기간 동안 아무래도 시즌 동안의 피로도 때문에 저는 공을 덜 던졌어요. 총 500개 정도 던졌을 겁니다”. 2010년 겨울, 아니 2011년 스프링캠프까지의 노경은은 1군에서 자기 자리를 확실히 만들지 못해 스프링캠프는 물론 마무리 훈련에서도 쉼 없이 공을 던지고 뛰어야 했던 선수였다.
이는 노경은 만이 아니라 아직 팀 내 주력 투수가 아닌 많은 유망주들이 거쳤던, 그리고 거치고 있는 과정이다. 자신을 둘러싼 낯선 비시즌 과정 속 “그래도 이게 좋은 일이겠지요”라며 어색하게 웃은 노경은. 그러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예년과 같았다.
“팔 상태는 괜찮아요. 아무래도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노경은은 내년 3월 벌어지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승선도 유력한 투수다.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하는 것은 2009년 네덜란드-스웨덴 야구월드컵 이후 처음이고 주력 대표팀 선발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선수 개인에게 영광이지만 시즌 개막 전 국제대회가 그에게 오버페이스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노경은은 그에 대한 질문에는 ‘No'라고 답했다.
“그런 위험은 없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전지훈련 이전에 몸을 만들어 놓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그게 제일 익숙합니다. 지금도 변한 것은 없어요. 조금만 방심하면 떨어질 수도 있는 프로야구인데요. 먼저 몸을 만들어 놓고 준비했다가 출격 지시가 왔을 때 제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과연 이것이 그의 선천적인 스타일이었을까. 빛을 못 보던 시절 일찍부터 준비를 해놓고 코칭스태프 앞에 전지훈련서부터 제대로 된 공을 보여주기 위한 학습효과가 만든 과정이 몸에 밴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8년 간 흘린 땀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다 뒤늦게 제 가치를 제대로 발산 중인 노경은의 몸은 고과 1위 투수가 된 지금도 어려웠던 시기의 패턴에 적응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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