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석 작은 무대, 김연아 존재감으로 GP 파이널 넘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2.09 08: 00

올림픽챔피언이자 돌아온 ‘피겨여왕’을 맞이하는 장소로는 턱 없이 작았다. 하지만 그 작은 무대에 꽉 들어찬 열성적인 팬들의 사랑은 김연아(22, 고려대)의 존재감처럼 한없이 크기만 했다.
김연아가 복귀전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하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김연아는 8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아이스 스포르트젠트룸서 열린 NRW트로피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서 기술점수(TES) 37.42점과 예술점수(PCS) 34.85점을 받아 72.27점을 기록했다. 이는 2위를 기록한 크세니아 마카로바(러시아, 59.55)와 12.73점 차이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1위였다. 목표로 했던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한 쇼트프로그램 기술점수 최소 기준 28.00점을 훌쩍 뛰어넘으며 1차 목표도 달성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아이스 스포르트젠트룸은 객석 규모가 250석에 불과한 작은 무대였다. 남녀 시니어 및 페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프로그램 경기가 8~9일 양일간 열리기 때문에 정빙 시간을 제외하면 메인 링크는 단 한 순간도 비어있는 적이 없었다. 소규모 경기장이기 때문에 선수들을 탁 트인 시야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피겨팬들에게는 즐거운 환경이다.

여자 싱글 경기가 있었던 8일은 조금 더 특별했다. NRW트로피 참가가 결정되기도 전부터 독일행 비행기를 예매했을 정도로 열성적인 김연아의 한국팬들은 물론, 일본에서 원정온 팬들과 독일 현지 팬들, 유럽에서 몰려든 팬들까지 ‘여왕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왔던 이들이 250석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상태였다.
그리고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무대가 시작하면서 객석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5번째 조의 연기가 모두 끝나고 잠시간 정빙시간이 찾아오면서 객석은 고요한 흥분으로 가득했다. 곧 연기를 시작할 6번째 조의 첫 번째 주자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정빙이 마무리되고, 31번째 선수가 은반 위로 미끄러져 나오자 경기장은 흥분으로 달궈지기 시작했다. 객석은 이미 꽉 들어차 틈 하나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김연아는 자신을 반기는 팬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고 곧바로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 ‘뱀파이어의 키스’는 아이스 스포르트젠트룸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같은 날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를 압도할 정도였다. 넓은 경기장에 드문드문 앉은 관객들 사이에서 조용히 경기를 마쳐야했던 6명의 그랑프리 챔피언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열기가 있었다.
이 작은 무대를 그랑프리 파이널보다 매력적인 무대로 바꿔놓은 것은 결국 김연아의 존재였다. 올림픽챔피언의 관록이 어우러진 무대에서 뿜어져나오는 김연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경기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이 선 무대를 어디서나 최고의 조건으로 만드는 김연아의 존재감은 과연, ‘피겨여왕’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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