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개 이상은 던진 것 같아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습니다”.
또 하나의 ‘연습생 신화’를 준비 중인 미완의 투수. 군 복무 이전까지 그는 여러 차례 투구폼을 바꾸며 선천적으로 강한 어깨의 매력을 제대로 뽐내지 못했다. 150km에 가까운 직구가 어느새 위력을 잃고 130km대로 뚝 떨어지는 모습도 잦았다. 두산 베어스 좌완 원용묵(26)이 프로 데뷔 이래 가장 큰 기회를 앞에 두고 지긋이 웃음을 지었다.
2005년 청원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원용묵은 프로 5시즌 통산 44경기 승패는 물론 홀드도 없이 평균자책점 4.88의 성적만을 남기고 2010시즌 후 상무에 입대했다. 187cm 96kg의 당당한 체구에 선천적으로 강한 어깨를 지녀 고교 시절부터 ‘미완의 대기’라는 평가를 받던 유망주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성적도 22경기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로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홍성흔을 복귀시킨 두산이 5선발 김승회를 롯데에 보상선수로 내주면서 서동환과 함께 선발 훈련을 받던 원용묵의 팀 내 존재감이 커졌다. 군 입대 전까지 원용묵에 대한 팀 내 기대치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계투 추격조 정도였다.
잠재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2008시즌 말엽 원용묵은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에서 일본시리즈를 준비 중이던 요미우리와의 경기에 등판, 이승엽(삼성)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SK와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깜짝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무대는 밟지 못했다.
역동적인 투구폼에 대해서도 ‘부상 위험-구위 배가’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의견이 갈려 여러 차례 투구폼을 바꾸다가 자기 리듬을 잃어버리며 2군에서 시즌을 마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밸런스가 불안하다보니 1군 통산 31⅓이닝 동안 사사구가 23개에 달하며 고질적인 제구난에 휩싸였던 원용묵이다.
“예전에 너무 투구폼 수정 때문에 고생을 해서요. 지금은 솔직히 폼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마음입니다. 어렵게 찾은 폼을 꾸준하게 지키고 싶어요”. 모질지 못한 성품이라 주위의 의견을 다 받아들이다 정작 자신의 장점을 못 찾고 이리저리 표류하던 군 입대 전의 그가 생각났다.
“마무리 훈련 동안 1500개는 확실히 넘게 던진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서)동환이도 많이 던졌고 다른 젊은 투수들도 1300개 이상 씩은 던졌을 거에요. 이번에는 저도 1군에서 잘 되고 싶습니다”.
두산은 국내 좌완과 인연이 없던 팀이다. 국내 좌완으로서 가장 최근의 팀 내 한 시즌 10승 투수가 1988년 윤석환 전 코치였다. 두산이 국내 좌완 10승 투수를 못 보는 동안 강산이 두 번 반 바뀌었다. 반면 연습생으로도 불리는 신고선수 성공 스토리는 김상진(SK 코치), 김민호(LG 코치), 손시헌, 김현수 등 타 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편. 신고선수 출신 좌완 원용묵은 2013시즌 어느 전례에 해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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