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최근 10구단 창단 문제로 파행 직전에 놓여 있지만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선수라면 한 번쯤 꿈꿔보는 상이다.
300여명의 프로야구 관련 언론 종사자가 투표하고 시상하는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로 10개의 '황금장갑'이 매년 주인을 찾아간다. 그 포지션은 투수,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외야수(3명), 지명타자다. 각 포지션마다 선정 기준에 따라 후보가 사전에 결정되고 투표가 진행돼 시상식 현장에서 수상자가 밝혀진다.
특이한 것은 10개의 상 중 투수에게 돌아가는 상은 단 한 개 뿐이라는 것이다. 엄격히 포지션만 보면 한 명의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 등록선수(2013시즌 보류선수 명단 기준) 512명 중 약 47%에 해당하는 243명이 투수인 것을 보면 상이 1개뿐인 것이 투수에게는 억울할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 골든글러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에서 착안돼 1982년 처음 제정됐다. 미국에서 골드글러브가 처음 만들어진 1957년에는 선발투수, 중간투수 등 투수 보직에 대한 구분이 있지 않았고 투수, 타자의 구별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수 상이 1개여도 상관없었다.
우리나라 역시 투수 보직은 1990년대 들어와서 세분화됐다. 그러나 현재는 선발, 중간, 마무리 뿐 아니라 필승조, 추격조로까지 투수의 역할이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계속 투수 골든글러브가 1개뿐인 것은 투수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올 시즌 SK 와이번스의 중간투수 박희수(29)는 시즌 34홀드를 기록하며 종전 33홀드(권오준, 삼성) 기록을 깨며 중간투수의 가치를 높였다. 박희수는 한달 간 부상으로 빠졌으나 팀의 133경기 중 65경기에 나와 팀의 리드를 지켜냈다. 오승환(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기록이다.
박희수의 올 시즌 활약은 어느 투수 못지않게 뛰어나지만 그는 스포트라이트가 몰리는 선발투수들의 싸움에 밀려 연말에도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후보에 올라 있기는 하나 브랜든 나이트(넥센)와 장원삼(삼성) 등 선발들의 경쟁 구도로 가고 있어 그의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같은 후보인 마무리투수 오승환, 프록터(두산) 역시 마찬가지다.
비단 골든글러브 뿐 아니라 연봉 협상 등에 있어서도 중간투수는 제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세이브는 경기를 마무리짓는다는 강렬한 느낌과 투수의 희소성 때문에 최근 그 주가가 올라가고 있지만 홀드를 따내는 중간투수는 투수 공(功)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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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수상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