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케이블은 예능에서 선전했지만 드라마에서는 반짝 인기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엠넷의 경우 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 외에도 ‘보이스 코리아’로 이어지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뮤직 메익스 원(Music Makes One)’이라는 채널의 캐치프레이즈를 공고히 했다. 방송에서, 그것도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19금 소재의 개그를 한 ‘SNL코리아’도 2012년 tvN을 의미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반면 드라마는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라던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만이 대박으로 분류되며 외롭게 선방했다. 이 밖에 OCN에서 기획한 ‘뱀파이어 검사 시즌2’ 정도가 2% 후반 시청률로 자존심을 지켰다.
# 예능: 케이블 간 싸움 아닌 지상파와 경쟁

2012년 tvN, 엠넷, 온스타일, XTM 등은 자체제작 프로그램 비중을 크게 높이며 채널별 캐릭터 구축에 온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이 가장 먼저 빛을 발한 분야는 예능 프로그램. 엠넷 ‘슈퍼스타K 4’는 방송 2주 만에 10% 시청률을 돌파하며 SBS ‘고쇼’, MBC ‘위대한 탄생3’ 등 지상파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쥐었다. 시즌3까지 진행한 후 45주에 걸친 장기 레이스에 들어간 tvN 개그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역시 정규 편성 후 시청률 반등에 성공하며 최고 4%를 넘어섰다. 실력파 가수 발굴을 목적으로 한 ‘보이스 코리아’는 수준이 다른 오디션이라는 극찬 속에 올초 시즌1을 마무리했다.
지난 11월부터 tvN은 케이블 사상 첫 일요예능 블록인 ‘일요일N tvN’을 신설해 생방송 예능 ‘세 얼간이’, 아이돌의 로맨스를 다루는 ‘더 로맨틱 & 아이돌’로 20대 남녀 시청자들 공략에 나섰다. 두 프로그램 모두 최고 시청률 1%를 돌파하며 나름의 입지를 만들어가는 분위기. 각 방송사 별로 심혈을 기울이는 일요 예능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할 수는 없지만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아울러 3040 어른들을 위한 사회 풍자 개그 프로그램 ‘SNL코리아’는 수준 높은 19금 개그로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동시에 셀러브리티들의 관심 역시 집중시켰다. 양동근을 시작으로 19금 노선에 올라탄 ‘SNL코리아’에는 슈퍼주니어, 박진영, 신동엽, 공형진 등이 오갔으며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출연 예정이다.
# 드라마: 작품성·대중성 높였지만 ‘응답’만 반짝
반면 tvN이 야심차게 선보인 월화, 수목 드라마 블록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높였다는 결과를 냈지만 성공과 실패, 갈림길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확실히 향하지 못했다. 올 한해 tvN에서 선보인 드라마만 ‘닥치고 꽃미남 밴드’, ‘결혼의 꼼수’,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아이러브 이태리’, ‘인현왕후의 남자’, ‘일년에 열두남자’, ‘제3병원’, ‘21세기 가족’ 등 10여 편에 이르렀다. 케이블 드라마가 신인 등용문이라는 것도 이젠 옛말. 지현우, 강혜정, 박예진, 김승우, 김민정, 이덕화 등 스타들이 찾는 채널로 진화했다. 채널 접근성이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로 작용했다.
대박은 예능과 드라마 중간쯤이 될 것이라던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에서 터졌다. ‘응답하라’는 최고 시청률 9.47%, 10%를 목전에 두고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종영 후에는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인기에 가속도를 붙이며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출연 배우는 물론이고 시즌2에 대한 요청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 드라마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OCN ‘뱀파이어검사’는 최고 시청률 2.98%까지 올랐다. 하지만 시즌1에 비해서는 힘이 떨어진 모습. ‘뱀파이어검사’ 시즌1의 경우 최고 4.3%를 돌파한 바 있다. 케이블 첫 아침 일일드라마 tvN ‘노란복수초’는 최고 시청률 5%를 돌파하며 콘텐츠 다양화 측면에서 의미를 더했다. 치솟는 시청률과는 다르게 이슈몰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2013년을 맞아 케이블채널은 다시 의욕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스터셰프코리아’, ‘보이스 코리아’가 시즌2 제작을 위한 참가 접수에 들어갔으며 윤시윤, 박신혜, 김지훈이 출연하는 ‘이웃집 꽃미남’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CJ E&M 측의 한 관계자는 “11번 뒤로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채널 유입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응답하라’ 등의 성공에 힘입어 케이블 드라마도 웰메이드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시청자들께 심어드린 것 같다. 내년에는 예능은 물론 드라마에서도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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