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출전하려면 그 미용실에 가야 한다던데?” 한 때 동네에서 예쁘기로 좀 유명했다면 들어봤을 법한 코멘트. 이제 이러한 말을 주변에서 들을 일은 별로 없어졌겠지만, 아나운서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말이 오간다고 한다. “카메라 테스트 통과하려면 권선영 원장을 봐야 한다던데?”
서울 신사동 ‘아름다운 규니영’ 의 메이크업 원장 권선영이 아나운서 카메라 테스트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카메라 앞에서 가장 돋보이도록 이미지를 가꿔 주는 분야에서 그만큼 유명하다는 이야기이다.
웬만한 국내 톱스타들의 얼굴은 거의 다 만져 본 유명 아티스트이자, 아나운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로 유명한 권선영 원장은 최근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한 메이크업북 ‘터치’를 발간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규니영’에서 ‘터치’의 책 표지 사진과 똑같이 자신도 아름다운 권선영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책을 냈다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어느 정도 굳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아나운서 메이크업 전문가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간단히 말하면 ‘아나테이너’가 유행하고, 연예인 못지 않게 예쁜 아나운서들이 많아지면서 내가 흐름을 잘 탄 것 같다. 이건 책에도 썼지만 황정민 아나운서가 내 아나운서 메이크업의 시초였다. 황 아나운서가 나를 찾기 전에는 아나운서의 ‘아’ 자도 몰랐다.
방송국에서만 하는 짙은 섀도, 오렌지 립, 진한 갈매기 눈썹의 당시 아나운서 메이크업에 당시의 연예인 메이크업을 접목시켰는데, 황 아나운서를 비롯해서 다들 정말 반응이 좋았다.
-아나운서 메이크업에 접목시킨 연예인 메이크업이란 어떤 것이었나.
▲당시 유행하던 아나운서 메이크업과는 달리 색감은 거의 없이 라인만 또렷하게 잡는 스타일이다. 멀리서 보면 화장을 하나도 안 한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메이크업이 아주 또렷하게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사실 원래 과장되고 인위적인 스타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끼리는 ‘과자 머리’라고 부르는데,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서 굳은 헤어스타일 같은 그런 스타일 말이다. 그런 메이크업도 마찬가지고.
-아나운서 메이크업 전문으로 알려지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사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 신부 화장도 하는 숍인데 너무 아나운서로만 유명한 것은 아닌지.
▲오히려 아나운서 메이크업으로 유명해지고 나서 일반인 손님이 더 늘었다. 톱 여배우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할 때는 “그들처럼 똑같이 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손님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일반 여성들의 인식이 다르다. 대개 아나운서와 자신이 큰 차이가 없다고 편하게 생각한다.
‘여배우 메이크업’을 해 달라고 하기에는 “내 얼굴이 여배우처럼 예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덜한 것이다. 때문에 고객이 주문하기도 더 편안해진 듯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선망하는 지망생들도 요즘은 많이 늘어났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그런 문의를 많이 받는데, 나는 일단 거두절미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메이크업을 배우라고 권한다. 고교생인데 대학 안 가고 메이크업부터 배우겠다고 하거나, 10대 딸을 데려와서 아티스트로 키워 달라는 분도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일을 하다 보면 미용 쪽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간단한 컴퓨터 작업조차 못하는 경우도 봤다. 그래서는 안 된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작업이나 온라인에서 메이크업 관련 질문에 답하는 정도는 해야 한다. 또 그런 작업을 할 때 뷰티 파워 블로거보다 못해선 안된다. 나이가 들어서 ‘감’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도 어린 친구들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의 경험은 꼭 필요하다.
-원래 교사를 꿈꿨던 아티스트다운 대답이다. 강의나 SNS 활동을 통해서 그런 생각을 많이 전파하는 것 같던데.
▲원래 가정 선생님이 꿈이었을 만큼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옛날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공부에 흥미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아 기쁘다. 개인적으로 강의나 이미지메이킹을 해 주는 일이 적성에 잘 맞는다.
-그런 성격 때문에 아나운서 준비생의 이미지메이킹도 그렇게 일일이 해 줄 수 있는가 보다.
▲그렇다. 생각보다 전국의 아나운서 시험이 굉장히 많다. 요즘은 1년에 300회가 넘는 면접과 카메라 테스트가 있다. 내가 준비생 때부터 본 현직 아나운서만 해도 지금 30~40명은 되는 듯하다.
-아나운서 준비생을 ‘키우는’ 구체적인 과정은.
▲보통 아나운서 준비생이 한 번 나를 찾아오면 2년 정도 봐 준다. 일단은 아나운서 스타일의 풀메이크업, 의상, 헤어를 평상시에도 반드시 갖추도록 가르친다. 말투는 물론이고. 누가 봐도 ‘저 사람 아나운서인가?’라고 느낄 수 있게 하고 다니라고 한다.
사실 아나운서 준비생의 이미지메이킹 미팅은 따로 대가를 받지 않고 진행한다. 그리고 누가 오더라도 시간을 쪼개서 반드시 만난다. 그런데 사실 눈빛만 보면 정말로 아나운서를 하고 싶은지 아닌지 확실히 안다.
-눈빛을 보고 좀 걱정된다 싶어도 받아 준다는 뜻인가.
▲그렇다. 누구에게든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해 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된 말로 내 조언을 ‘받아 먹는’ 사람도 있고, ‘못 받아 먹는’ 사람도 있다. 미팅 뒤에는 내가 모두에게 ‘숙제’를 내 주는데, 그걸 계속 하는 사람은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게 된다.
길게 하면 한 시간, 짧은 30~40분 정도 미팅을 하는데, 준비 과정에서 한 번에 10분씩, 6개월 정도만 조언을 해 줘도 그게 꽤 도움이 되는 모양이더라. 그런 생각을 하면 일정이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 10분씩 그 애들을 만나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절친’으로 유명한 이지애 아나운서를 비롯해 많은 아나운서들이 그런 식으로 준비생 과정을 거쳤으니까.

-이 숍을 아나운서 준비생이라면 편하게 찾아와도 되는 곳으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우리 숍의 또 하나의 장점은 현직 아나운서 선배를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웃음). 그들을 보고 건강한 자극을 얻거나 파이팅 코멘트라도 한 번 얻으면 준비생들도 힘이 난다.
나도 단골 현직 아나운서가 많지만, 준비생이 있으면 현직 아나운서보다 준비생들을 더 챙겨주는 편이다. 아나운서들도 준비생의 고생을 알아서, 양보를 많이 해 준다.
-이미지 메이킹 상담의 내용은 비밀이겠지만 조금만 귀띔을 부탁한다.
▲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인상’이다. 너무 과한 것은 어떤 스타일이든 세 보인다. 피부가 너무 쿨 톤이거나, 너무 고양이과의 인상이 강하거나. 예쁘더라도 과한 것은 금물이다. 최대한 부드럽고 여성스러워 보여야 우선 합격을 할 수 있다.
합격하고 나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자기 나름의 이미지 메이킹도 가능하다. 하지만 합격하기 전, 그것도 신입사원 단계에서는 조직에서 융화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게 철칙이다.
그래서 강아지과의 인상이든 고양이과의 인상이든 부드럽고 무난해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것은 아나운서뿐 아니라 모든 신입사원 면접에서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터치’에는 다양한 콘셉트별, 상황별 메이크업이 등장한다. 모두 같은 모델을 썼지만, 가장 애착이 가고 마음에 드는 메이크업은 어떤 것인가.
▲부담스럽지 않은 ‘내추럴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책 사진 참조)’ 에 가장 애착이 간다. 아까 잠깐 언급한 새로운 아나운서 메이크업이 바로 이것인데, 멀리서 보면 화장을 안 한 것 같지만 라인만은 또렷한 메이크업이다. 많이 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지만 예뻐 보이는, 신부화장이나 면접 메이크업에서 모두 통하는 방법이다.
-아티스트의 화장대와 파우치가 궁금한 사람들이 많다.
▲일단 화장대부터 얘기하겠다. 집 안에는 색조 화장품이 하나도 없다. 나도 평일에는 모자를 쓰고, 파운데이션 하나 바르고 돌아다니는 정도로 마무리한다. 다른 화장은 안 해도, 꼼꼼한 기초화장 위에 리퀴드 파운데이션만은 꼭 바른다. 특히 가을, 겨울에는 피부 건조 때문에 수분 케어에 신경쓴다.
수분 케어뿐 아니라, 야외 활동이 많았으면 화이트닝 제품을 발라 주고, 히터가 센 실내에서 종일 일했으면 수분 라인을 한 번 더 챙기는 식으로 자체 진단에 맞춰 화장품을 바꿔 가며 쓰는 게 좋다. 한 번 피부가 망가지면 피부과에 가서 몇 십만원씩 하는 케어를 해도 매일 하는 데일리 케어보다 못하다.
그리고 파우치에 대해서는 ‘파우치 속 파우치’를 항상 강조한다. 좀 큰 파우치 속에 언제 어디서든 완벽 풀 메이크업을 할 수 있게 준비한 뒤, 그 안의 작은 파우치에는 팩트, 립틴트, 면봉 등 수정에 필요한 아주 간단한 것만 넣어놓는다. 이렇게 하면 사우나를 하러 가거나 운동하러 갈 때도 작은 파우치만 꺼내서 들고 가면 되어 편하다. 덧붙여, 파우치에 들어가는 화장품은 미니어처나 샘플 용기를 활용해 조금씩만 들고 다니도록 챙기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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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규니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