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사회, 야구판에 생일 선물 안겨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11 06: 36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오늘(11일) 소집된다. 10구단 창단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공교롭게도 12월 11일은 KBO 창립기념일이다. 이에 이사회가 프로야구에 ‘10구단’이라는 생일 선물을 안겨다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KBO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11일 오전 9시 제7차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안건은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하다. 지난 몇 달간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10구단 창단 관련 안건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당장 창단 승인이 날 수도 있다. 10구단 문제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프로야구계로서는 운명의 날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0구단 문제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창단 승인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사회의 움직임이 너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6차 이사회 이후에는 제대로 된 만남조차 갖지 않은 이사회였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얼어붙었던 문제가 조금씩 녹으면서 물살을 만들고 있는 양상이다. 12월 내 개최가 불투명했던 이사회의 소집 자체가 그 좋은 증거다.

야구 관계자들은 이사회의 태도가 바뀐 것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강경한 태도다. 선수협은 지난 6일 총회를 열고 11일로 예정된 골든글러브 행사 불참, 그리고 1월 15일까지인 비활동기간 중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그러면서 1월 15일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선수들을 위한 자리다. 때문에 구단이 느끼는 압박감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지훈련 불참, 극단적인 상황에는 정규시즌 보이콧 등 프로야구판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여론은 당연히 구단에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위기의식을 느꼈을 법하다.
한편으로는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10구단 창단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도 이사회가 움직인 중요한 동력으로 풀이된다. 민감한 대선정국을 고려하면 야구단의 행동 하나에 모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대선 후보들의 발언이 나온 뒤 이사회 일정이 잡혔다는 것도 이와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그렇다면 이제 관심은 이날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승인이 나느냐에 몰리고 있다. 역시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우선 이사회 개최 자체가 10구단 창단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간 KBO의 신중한 움직임을 보면 이를 추측할 수 있다. KBO는 그동안 “이사회 개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뭔가의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이사회가 필요하다. 그 성과물을 만들기 위한 의견 조율에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 표현을 빌린다면 물밑에서 상당 부분 합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가능하다. 구본능 KBO 총재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정치력을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총재는 KBO 총재이기 전에 희성그룹의 오너다. 구 총재가 직접 움직인다면 각 구단으로서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이 자리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그렇다면 표결로 갈 가능성 자체는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기존 찬성파였던 LG, NC, 넥센에 이어 중립적인 위치였던 몇몇 구단들도 찬성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구 총재의 표까지 더하면 창단에 필요한 ‘7표’ 획득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했다는 소식이 알려질 경우 해당 구단은 여론의 거센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10구단 창단에 우호적인 자세를 드러낸 정치권과도 껄끄러운 관계가 불가피하다. 어차피 생겨야 할 10구단이라면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확답은 이르지만 생일상에 근사한 선물 하나가 추가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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