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겨울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희망의 계절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련의 계절이 될 수도 있다. 김광현(24, SK)의 올 겨울은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한 번의 힘겨운 재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10일 내부 회의를 거쳐 왼쪽 어깨가 좋지 않은 김광현이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재활을 통해 회복을 도모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했다”라고 밝혔다. 김광현 스스로가 수술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검진에서 받은 소견은 분명 긍정적이지 않았다. 앤드류 스포츠의학&정형외과 센터와 시카고 컵스의 팀 닥터인 스테판 그리즐로는 김광현의 왼쪽 어깨가 관절 와순 손상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두 곳 모두 수술을 권장했다. 선수 생명이 걸려있을 수도 있는 문제에 수술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광현의 왼쪽 어깨는 최근 2년간 계속 말썽이었다. 지난해 이맘때도 수술과 재활 치료를 놓고 기로에 놓였던 김광현이다. 당시도 재활을 택한 김광현은 스프링캠프 내내 고통스러운 자신과의 싸움에 매달려야 했다. 남들이 공을 던질 때 기초적인 운동 밖에 할 수 없었다. 시즌 출발이 늦는 것은 당연했고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재활을 잘한다고 해도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김광현은 올해도 사실상 출장과 재활을 병행했다. 어깨 상태가 나빠지면 휴식을 취했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회복이 더딘 양상도 뚜렷했다. 때문에 미래를 생각한 수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그러나 김광현의 선택은 또 한 번의 재활이었다.
수술을 택하지 않은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술을 했을 때 예상되는 장기 공백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이 수술의 경우는 힘줄과 인대를 재건하는 재생치료도 필요하다. 그 후 시작되는 재활치료, 그리고 감각 회복에 걸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6개월에서 1년은 뛸 수 없다. 최대 1년을 통째로 날려야 한다는 것은 그 어떤 선수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어깨라는 부위가 민감하다는 것도 그렇다. 김광현의 경우 치명적인 회전근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팔꿈치보다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더 많다. 회복이 더딘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일반인들에게는 큰 수술이 아닐 수 있지만 전력을 다해 던지는 프로선수들에게는 사형선고로 돌변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구위를 주무기로 삼는 김광현과 같은 스타일에는 위험요소가 더 크다.
팀 내부에서도 이런 논의가 치열하게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재활을 했음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어깨 상태에 비춰볼 때 수술도 심각하게 고려된 대상이었다. 그러나 김광현 스스로가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어쨌든 김광현의 겨울은 3년 연속 부상과의 싸움으로 막을 올렸다. 팬들의 우려 섞인 시선이 에이스의 어깨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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