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지명만 67명' 신인 드래프트, 얼어붙은 취업시장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2.11 07: 03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그랜드볼룸에서 2013 신인선수선발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K리그 14개 구단과 2부리그 광주FC를 비롯, 신규 창단 5개 구단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총 153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역대 최다인 539명이 지원했다. 하지만 프로 입단의 꿈을 이룬 선수는 우선지명선수와 자유선발선수를 포함, 153명에 불과했다. 전체의 28.4%가 프로의 꿈을 이룬 셈이다. 수치로 비교해 봤을 때는 지난 해(117명, 25%)보다 취업률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찬바람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였다. 유소년팀 우선지명과 신인 자유계약, 우선선발 드래프트의 영향으로 인해 선수 선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구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각 구단은 우선지명과 자유선발로 일정 수의 신인선수를 확보한 상황이다.
우선지명으로 인해 알짜배기 선수가 빠진 가운데 실시된 드래프트였기 때문에 구단들의 고민도 컸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기업구단들의 지명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불황으로 인해 모기업의 지원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구단과,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시도민구단은 드래프트에서도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1~6순위 드래프트서는 43명의 선수만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신인선수선발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지명할 경우 1순위(1부리그) 선수에게 5000만 원, 2순위(2부리그) 선수에게 4400만 원, 3순위 3800만 원, 4순위 3200만 원, 5순위 2800만 원, 6순위 2400만 원을 차등지급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3년에서 5년 사이다.
하지만 번외지명에서는 계약기간 1년에 2000만 원의 연봉만 지급하면 된다. 자연히 부담이 적은 번외지명에서 더 많은 선수를 데려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번외지명에서만 67명의 선수가 선발됐다. 번외지명 선수를 가장 많이 선발한 구단은 부천으로 총 14명의 선수를 데려갔다. 강원도 13명의 선수를 번외지명으로 선발했다.
신인들의 등용문이자 꿈의 무대로 가는 첫 걸음인 드래프트가 이토록 얼어붙은 상황을 따져보면 사실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016년 드래프트 폐지를 앞두고 자유계약제와 구단 유소년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의 실효성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년 계약의 번외지명 선수가 대폭 증가한 상황은 분명 반가운 일은 아니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1년짜리 선수들이 내년 다시 쏟아져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선수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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