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 연봉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올 시즌 MVP에 오른 넥센 박병호가 255% 인상된 2억2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장 민감한 사안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고 있다.
LG도 11일부터 연봉협상에 들어간다.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널뛰기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번에도 신연봉제가 적용된다. 신연봉제의 중심에는 야구 통계 프로그램 세이버 매트릭스 중 하나인 윈 셰어(Win Share, WS)가 있다. WS가 50%의 비중을 차지하며 나머지50%는 전통적인 내부고과 산정이다.
WS의 위력은 굉장하다. 신연봉제를 도입한 첫 해 3년차 내야수 오지환의 연봉이 2400만원에서 1억2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2010시즌 당시 오지환은 125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푼1리 13홈런 13도루 61타점을 올렸다. 실책이 27개에 달했지만 수비 가중치가 높은 유격수 포지션이 수비고과에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시즌 오지환의 WS는 11.9로 팀 내 3위, FA 계약자를 제외한 연봉협상자 중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오지환은 2011시즌 부상으로 63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 2할1푼1리 2홈런 5도루 15타점으로 부진, 올해 연봉은 4800만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오지환의 경우에서 보듯 신연봉제에선 당해의 활약이 고과의 당락을 좌우했다. 성과위주·상대평가로 연봉이 책정되며 기존의 연공서열은 거의 무시됐다. 연차와 상관없이 당해 활약이 미미했거나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면 거액의 연봉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2010시즌이 16경기 출장에 그친 8년차 베테랑 투수 정재복은 그해 겨울 1억원에서 3800만원으로, 심수창은 7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연봉이 떨어졌다. 지난겨울에는 시즌 중 팔꿈치 수술로 재활에 매진했던 봉중근이 3억8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연봉삭감의 아픔을 맛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연봉협상에선 이미 널뛰기를 맛본 선수들의 연봉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신연봉제로 기쁨과 아픔을 모두 맛본 오지환은 2012시즌 133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4푼9리 12홈런 23도루 53타점을 올렸다. 2010시즌 못지않은 활약을 한 만큼 다시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LG는 지난 10년 중 올 시즌 가장 안정적인 불펜진을 구축했는데 불펜 필승조가 이번 연봉 협상에서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1년 전 뼈아픈 연봉삭감을 경험한 봉중근은 성공적인 재활로 올해 마무리투수로 연착륙, 평균자책점 1.18 26세이브를 기록했다. 비록 시즌 중반 의도치 않은 부상을 당해 팀에서 이탈했지만 LG의 고질병이었던 마무리 부재의 해답이 됐고 봉중근의 존재로 LG는 계산이 서는 야구가 가능해졌다.
봉중근 앞에서 팀의 리드를 지킨 유원상, 우규민, 이동현도 큰 폭의 연봉인상이 예상되며 이들 중에는 통산 첫 억대연봉자가도 나타날 것이다. 유원상이 58경기·74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3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9로 맹활약했는데 시즌 중반까지 외국인 선수 벤자민 주키치를 제외하면 투수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군 전역 첫 해를 맞은 우규민은 58경기·92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30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지난겨울 연봉이 4000만원 삭감된 이동현은 52경기·56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02로 부활에 성공했다.
반면 이대형은 지난겨울에 이어 2년 연속 연봉삭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올 시즌 이대형은 1군과 2군을 오가며 프로 데뷔 후 최저 타율인 1할7푼8리로 고전했다. 임찬규도 작년에는 신연봉제의 수혜자였지만 올해 1군 선발진에 자리 잡지 못하고 1승 5패 평균자책점 4.53으로 부진했기 때문에 1년 만에 피해자가 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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