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를 던지면 문제없다".
'한국의 괴물 투수' 류현진(25)의 LA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이날 기자회견에는 스탠 카스텐 사장과 네드 콜레티 단장 뿐만 아니라 박찬호의 양아버지로 유명한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이자 고문, 구단주 그룹에 속해있는 전설적인 NBA 스타 매직 존슨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가장 먼저 단상에 나선 존슨 구단주는 "류현진의 입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다저스 팀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매우 기쁜 일이다. 그와 함께 하게 돼 기대가 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존슨 구단주는 콜레티 단장과 함께 류현진에게 등번호 99번이 새겨진 다저스 홈 유니폼과 모자를 건넸고, 미디어를 향해 기념 사진도 함께 촬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영어 대신 한국말을 썼다. 그의 한국 측 대리인인 전승환씨가 영어로 동시 통역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에 류현진이 기자회견 말미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최대한 빨리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영어 공부에 대한 열의를 내비치자 존슨 구단주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의사소통도 문제없다"는 농담을 던지며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류현진의 얼굴에도 순간 미소가 한가득. 영어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부담보다는 실력으로 보여달라는 의미였다.
존슨 구단주는 미국농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스타다. 미시건주립대 출신으로 1979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돼 LA 레이커스에 입단했다. 데뷔 첫 해부터 팀에 우승컵을 안기며 파이널 MVP를 차지하는 등 레이커스를 5차례나 파이널 우승으로 이끌며 1980년대를 지배했다. 시즌 MVP 3회, 파이널 MVP 3회, 올스타 12회를 차지한 그는 등번호 32번도 레이커스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선수생활 말미 에이즈 감염으로 은퇴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병을 이겨낸 뒤 '에이즈 캠페인'에 앞장섰다. LA 레이커스 부사장직을 맡기도 한 그는 지난 5월 구겐하임 CEO 출신의 마크 월터가 최고 구단주로 있는 구단주 그룹에 합류, 총 20억 달러에 새롭게 인수한 다저스의 공격적인 투자를 이끌며 반향을 일으켰다. 류현진의 영입도 이 같은 투자의 일환이다.
한편, 콜레티 단장도 "류현진의 입단은 역사적인 일이다. 우리는 재키 로빈슨,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노모 히데오, 박찬호 등에서 나타나듯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해왔다. 류현진도 그런 전통을 이어갈 선수"라고 소개했다. 로빈슨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였고, 발렌수엘라(멕시코) 노모(일본) 박찬호(한국) 등은 해외에서 영입한 선수들. 다저스의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콜레티 단장은 "류현진은 여전히 젊은 선수다. 앞으로 우리팀의 선발진을 더욱 깊이 있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류현진도 "다저스에서 박찬호 선배의 기록을 모두 경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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