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영(30, 잠실복싱)이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시영은 11일 울산 울주군 울산경영정보고 체육관에서 열린 제66회 전국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 겸 2013 복싱 국가대표선수 1차 선발대회 여자 48㎏급 결승전서 박초롱(전남기술과학고)에게 판정패(4-10)했다.
지난 7월 서울시 복싱대표 선발전서 우승을 차지한 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맞는 것도 무섭지만 나에게 복싱은 인연이다"라고 말했던 이시영. 링 위에서 보여준 투혼과 열정은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결승전서 패했지만 이시영의 국가대표 도전은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복싱 국가대표는 1차 선발전 1, 2위와 2차 선발전 1, 2위가 최종 선발전서 크로스 토너먼트로 경기를 치러 확정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1차 선발전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시영은 자동으로 여자 복싱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출전 티켓을 따내게 됐다.
이시영은 이날 결승전서 동체급 최고의 복서로 꼽히는 박초롱을 만나 1라운드부터 수세에 몰렸다. 4라운드까지 박초롱의 빠른 발과 거침없는 펀치를 당해내기에 힘에 부쳐 보였다. 그녀의 첫 번째 국가대표 도전은 그렇게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시영과 복싱의 인연은 지난 2010년 시작됐다. 여자 복싱선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막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며 처음 글러브를 꼈다. 드라마 제작 무산의 아픔을 겪었지만 자신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만한 '인연' 복싱을 만났다.
그해 11월 사회인 복싱대회인 KBI 전국 생활체육 복싱대회 48㎏급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저 일회성으로 그칠 것으로 보였던 이시영의 도전은 계속 됐다.
지난해 2월 서울지역 아마복싱대회인 제47회 신인 아마추어 복싱전 48㎏급과 3월 열린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48㎏급에서 연이어 정상을 밟은 데 이어 제42회 서울시장배 아마추어복싱대회 겸 제93회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복싱대표 선발전 48㎏급에서 4번째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배우라는 신분을 가진 이시영에게 많은 훈련을 요구하는 복싱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한시도 글러브를 내려놓지 않았다. 촬영이 있을 때는 틈틈이 짬을 내 훈련에 임했고, 촬영이 없을 때는 새벽과 오후에 구슬땀을 흘렸다.
노력의 대가는 성적으로 다가왔다. 본 국가대표 선발전서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동체급 최강자를 만나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불굴의 투혼과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최종 선발전서 펼칠 그녀의 마지막 도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dolyng@osen.co.kr

울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