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37)가 최고 성적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러브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2 골든글러브 최대의 이변이다.
11일 열린 2012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투수 부문에서 삼성 장원삼이 유효표 351표 중 128표를 획득, 생애 첫 황금장갑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가장 마지막에 발표된 투수 부문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다. 장원삼에 아깝게 밀린 나이트가 121표로 장원삼에 단 7표차로 뒤졌기 때문이다.
장원삼은 올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7경기에서 17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3.55. 생애 첫 개인 타이틀로 다승왕을 차지하며 우승팀 삼성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2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0.69로 인상적인 피칭을 펼치며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누가 봐도 훌륭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나이트는 장원삼보다도 훨씬 월등한 시즌을 보냈다. 30경기에서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 승률 8할. 평균자책점 전체 1위, 다승·승률 2위에 올랐다. 특히 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200이닝(208⅔)을 넘기며 2005년 이후 한 시즌 최다 27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누가 보더라도 2012년 최고의 선발투수는 나이트였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나이트의 발목을 잡았다.
먼저 나이트가 외국인선수라는 점이다. 역대를 통틀어 황금장갑을 손에 낀 외국인 선수는 1999년 펠릭스 호세, 댄 로마이어, 2000년 타이론 우즈, 2002년 틸슨 브리또, 2004년 클리프 브룸바, 2005년 래리 서튼, 제이 데이비스,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08년 카림 가르시아, 2009년 아퀼리노 로페즈 등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는 압도적인 성적이 아닌 이상 골든글러브에서 외국인선수를 배척했다.
또 하나는 팀 성적이다. 넥센은 전반기를 창단 첫 3위로 마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후반기 추락과 함께 6위로 시즌을 끝냈다. 역대 골든글러브 외국인 수상자 중 포스트시즌 탈락팀 선수는 2005년 홈런-타점-장타율 1위의 서튼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우승팀에서 4명, 준우승팀에서 3명, 4강팀에서 2명씩 배출됐다. 압도적인 성적과 최소한의 팀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수상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4강 탈락팀 넥센에서 박병호 서건창 강정호 등 가장 많은 3명을 배출했고, 이용규(KIA) 박용택(LG)도 팀 성적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외국인선수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인 것이다. '외국인선수상'을 따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푸념이 나올 법한 시상식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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