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수상자 중에 가장 의외인 것 같아요".
선수 자신조차 믿기지 않아 더 짜릿하고 얼떨떨했던 상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서건창(23)이 꿈같았던 올 시즌을 영예의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장식하며 마무리했다.
서건창은 지난 11일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54표를 얻어 경쟁자 정근우(SK), 안치홍(KIA)을 제치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시즌 타율 2할6푼6리를 기록한 서건창은 안치홍(.288)보다 타율은 낮았으나 도루 2위(39개), 득점 8위(70점)에 오르는 등 빠른 발과 주루 센스에서 두각을 나타내 기자단의 선택을 받았다. 신고선수 입단 후 올해 첫 풀타임을 뛴 그의 '스토리'도 눈길을 사로잡는 데 한몫 했다.
서건창은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수상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그는 "꿈같은 한해를 보내면서 상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이 자리에 서게 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서건창은 여전히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넥센이 올해 상복이 많다'는 말에 그는 "(박)병호 형, (강)정호 형이 잘해서 상을 타는데 내가 묻어가는 듯 하다. 내가 오늘 수상자 중 가장 의외인 것 같다"고 자신조차 믿기지 않음을 밝혔다.
서건창은 "아직 많이 부족한 데 상을 주셔서 부담도 되지만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년, 후년에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때는 정말 잘해서 상을 받고 싶다. 경험을 쌓아 수비 안정감과 집중력을 높이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드러냈다.
서건창은 이날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조심스러움을 담았다. "(안)치홍이가 더 잘했는데 내가 뽑혔다"며 후배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절실한 눈빛이 우리나라 야구계에 던져준 신선한 충격을 생각한다면 그가 어깨를 조금 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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