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딱 1년 전이었다. 지난해 12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난 뒤 빈손으로 식장을 나선 강정호(25, 넥센)는 기자에게 "내년에 다시 꼭 상을 받고 싶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화려한 한 해를 보냈던 강정호는 지난해 초반 4번타자의 무게감이 컸던 탓인지 부진에 빠지며 시즌 타율 2할8푼2리의 성적으로 골든글러브 2연패에 실패했다.
그는 좌절하는 대신 "내년에 꼭 다시 탈테니 지켜봐달라"라며 무섭게 운동에 매진했다. 그리고 올해 강정호는 역대 34번째, 유격수로는 2번째로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거포 본능을 뽐낸 그는 타율 2위(.314), 홈런 3위(25개), 장타율 2위(.560)에 올랐다.

강정호는 결국 11일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어워즈에서 김상수(삼성), 이대수(한화), 김선빈(KIA) 등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올 시즌 부상과 슬럼프를 넘어 이룬 상이었기에 그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강정호는 시상식이 끝난 뒤 "꼭 받고 싶었는데 2년만에 다시 상을 받게 돼 기쁘다. 2년 전에 타고 지난해 못탔다. 올해 탔으니 내년에 다시 나태해질까봐 걱정이다.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해 앞으로도 계속 이 자리에 다시 서겠다"고 굳은 다짐을 드러냈다.
예전 미국 메이저리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저쪽으로 넘기겠다"고 말한 뒤 진짜 그쪽으로 홈런을 때려내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사고 있다. 그만큼 운동 선수가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정호는 올 시즌 자신과의 약속을 120% 지키며 한 걸음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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