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마운드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넥센 브랜든 나이트(37)가 장원삼에 밀려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했다. 예고된 이변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나이트는 2012시즌 30경기·208⅔이닝을 소화하며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을 올렸다. 평균자책점과 투구이닝, 퀄리티스타트(27회)에서 1위, 다승과 승률(8할)은 2위에 자리했다. 반면 장원삼의 기록은 27경기·157이닝을 투구하며 17승 6패 평균자책점 3.55였다. 장원삼이 나이트에게 우위를 점한 분분은 다승왕을 차지한 승수 하나 밖에 없었다.
물론 장원삼의 골든글러브 수상에는 다승왕 외에 한국시리즈 우승팀 에이스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준은 시즌 성적이다. 우승 프리미엄이 있다면 박한이와 박석민도 골든글러브를 받아야한다.

박한이는 올 시즌 타율 3할4리·출루율 3할9푼3리로 테이블세터진에서 가장 꾸준했다. 박석민은 타율 3할1푼2리 23홈런 91타점으로 클린업트리오의 축이었다. 그럼에도 둘은 자신보다 올 시즌 공헌도가 높다고 평가된 박용택·이용규·손아섭, 최정에게 밀렸다. 만일 투수 부문 투표도 이들처럼 시즌 기록에 기반을 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프로야구 인기가 매년 올라가면서, 각 구단의 우승을 향한 노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때문에 전력의 중심에 서 있는 외국인선수에 대한 투자규모도 높아지는 추세다. 1998년 프로야구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생긴 이례로 몇 가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구단들이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있다. 단순히 개인 성적이 좋은 것만이 아닌, 자기관리에 능하고 팀원들과 함께 호흡할 줄 아는 외국인 선수를 선호한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무대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먼 한국 땅을 찾는다. 메이저리그에 정착하면 한국보다 많은 돈을 받지만, 대부분이 기량과 나이 등의 한계로 빅리그 진출이 여의치 않다.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더라도 그곳에서의 무한경쟁을 이겨낸다는 보장 또한 없다.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야한다. 때문에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기라도 하면 금방 퇴출설이 나온다. 돈을 받고 일정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용병 논리, 적자생존의 원칙이 날카롭게 적용된다. 이기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여기서 살아남은 상당수는 소속 팀의 성적 향상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나이트는 많은 나이와 수술 경력에도 투철한 자기관리로 후배 투수들에게 모범이 된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 역시 메이저리그 경험을 토대로 이동일이나 휴식일에도 다음 선발 등판을 준비하는데 이는 두산 어린 투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LG 벤자민 주키치는 SNS를 활용해 정기적으로 팬들에게 선물을 직접 전달한다. 프로야구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일들이다. 셋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재계약에 성공했고, 내년에도 한국에서 뛸 확률이 높다. 이들이 한국 무대에 있는 시간만큼 팀 동료와 팬들에게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경우는 10번에 불과하다. 올해 나이트의 경우처럼 성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음에도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투표에서 외면 받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외국인 선수를 투자만큼의 결과를 뽑아내는 용병이 아닌 한국 프로야구의 구성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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