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현 “‘차이나 블루’ 연기위해 하루 2~3갑..흡연자 됐죠”[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12.12 10: 36

데뷔 19년 차. 웬만한 중견 배우만큼의 경력을 쌓은 이 젊은 배우가 드디어 빛을 발한다. 영화 ‘차이나 블루’에서 백성현은 세상을 등진 채 방황하는, 아픔을 지닌 거친 반항아로 변신했다.
백성현이 맡은 은혁은 조선족과의 잦은 폭력사건으로 경찰서를 넘나들며 뚜렷한 미래 없이 지금을 살아가지만 남모를 상처와 연민을 품은 인물. 세상의 어두운 면과 대면하는 은혁을 표현하기 위해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태웠다.
“이 작품 때문에 흡연자가 됐어요. 촬영할 때 하루에 2~3갑씩 피웠죠. 대부분 남자가 그런 로망이 있잖아요. 멋있게 담배를 피우면서 연기를 내뿜는. 저도 좀 하고 싶었는데 막상 닥치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담배 피우는 모습을 여러 각도를 찍어야 하니 한 신 찍으면 한 갑을 다 피웠죠. 처음에는 어지럽기도 했어요.”

백성현은 비흡연자였던지라 아무래도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모습은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했던가. 백성현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은 영화 말미 심하게 폭행을 당한 데다 칼에 맞고 칭칭(정주연 분)에게 가라고 한 후 혼자 담배를 피우면서 생각을 하는 신에서의 백성현은 딱 은혁이었다.
“촬영 시작할 때는 담배 피우는 게 어색한 부분이 있었죠. 경직하고 호흡도 어설프고. 그런데 뒤로 갈수록 적응이 되더라고요.”
백성현은 ‘차이나 블루’에서 흡연 장면을 위해 애연자 만큼의 담배를 피웠을 만큼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지라 영화에 애착이 가지만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유난히 신경 쓰였던 이유가 있다. 지난겨울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
“우리 영화같이 제작환경 자체가 열악했던 영화들은 한 번 개봉이 밀리기 시작하면 사장되는 작품들이 많아서 걱정됐어요. 고생한 스태프들이 한 번이라도 빛을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까 봐 걱정했죠. 그런데 다행히 개봉했어요. 1년 만이지만.”
올해 드라마 ‘인수대비’와 ‘빅’에 출연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늘 ‘차이나 블루’가 있었다. 영화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지만 꼬박 1년을 참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선배님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배우는 영화가 크랭크업하면 배우로서 할 일은 끝이라고 했어요. 편집할 때 가면 안 된다고 했죠. 편집은 감독님과 기술 스태프들의 몫이고 시사 또한 스태프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궁금하긴 했죠. 궁금한데 가자니 안될 것 같고. 편집이라는 게 얼굴 본 놈한테 분량이 더 가잖아요. 그래서 괜히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신경은 쓰이고 그랬죠.”
1년을 기다려온 영화 ‘차이나 블루’가 드디어 오는 13일 개봉한다. 오랜 시간 기다린 만큼 시사회에서 당연히 만감이 교차했다.
“영화가 개봉하기까지가 어려웠고 막상 개봉한다니 벅찼어요. 시사회에서 부모님, 지인들과 영화를 보는데 정말 좋았어요. 한 분 한 분 우리가 작업한 영화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기뻤어요.”
‘차이나 블루’를 정말 오래 기다린 만큼 자식 같은 작품이지만 사실 백성현은 영화 출연에 대해 망설였다. 그간 백성현은 ‘인수대비’ 속 위엄 있는 왕이나 ‘빅’의 천진난만 학생 길충식,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최고 모범생 박무열 등 어찌 보면 안전한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그와는 달리 이번 ‘차이나 블루’에서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등장했다.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가 세서 그동안 보여 드렸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니까. 걱정됐던 건 ‘어색하다’였어요. 무리한 선택이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이었죠. 욕을 한다든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보이려고 했어요. 은혁이라는 친구가 어쩔 수 없이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물이라 일상적인 캐릭터로 표현하기 위해 자연스러움과 현실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나 ‘차이나 블루’는 근래 특별한 얘기를 다룬 작품이었기에 출연을 결정했다. 조선족과의 뿌리 깊은 갈등을 배경으로 상처 입은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소외된 계층의 고통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었기 때문. 특히 20대 청년 백성현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담은 작품이라 큰 공감을 하고 출연했다.
“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 소통의 부재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출연하고 싶었죠. 그리고 제 친구 중에 공부도 안하고 있어 미래가 갑갑한 친구가 있는데 그래서 더 작품이 와 닿았어요. 극 중 차이나타운 안에 특별한 공간과 삶의 질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 청춘들의 얘기이기 때문이에요. 모두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목적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그런 부분을 폭넓게 생각해 봤어요.”
1994년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으로 데뷔해 17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생활을 시작, 진로를 여느 친구들보다 빨리 결정해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24살인 백성현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저는 서른 살을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 남자배우는 30부터라고 하잖아요. 20대는 설계하는 단계고 30대는 설계한 대로 완성을 이룬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지만 서른 살을 위해 살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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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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