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주영(27, 셀타 비고)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기성용(23, 스완지 시티)이 나란히 컵대회 출격을 앞두고 상반된 위치에 놓여 있어 출격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주영은 오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5시 50분 2012-2013시즌 코파 델 레이(국왕컵) 16강전 1차전서 강적 레알 마드리드와 만난다.
올 시즌 들쭉날쭉한 출장 시간을 반복하고 있는 박주영으로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박주영은 지난달 30일 알메리아와 국왕컵 32강전 2차전서 선제골을 넣으며 16강 진출에 디딤돌을 놓았다. 이후 주전 경쟁에 청신호를 켜는 듯했지만 리그 2경기서 단 5분간 출전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19일 마요르카와 리그 경기서 시즌 2호골을 성공시킨 뒤 바로 다음 경기서 고작 6분의 시간을 부여받은 것과 비슷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파코 에레라 감독의 신뢰를 아직까지 얻지 못한 모양새다. 에레라 감독은 박주영과 주전 공격수 이아고 아스파스의 호흡 문제를 언급하며 박주영보다는 마리오 베르메호를 선호하고 있다.
박주영은 올 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12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 중이다. 이중 7경기를 교체 출전했는데 30분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단 1경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6경기의 교체출전 시간을 모두 합해도 69분에 불과하다.
좀 더 많은 시간 그라운드를 밟기 위해 반전의 계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레알전은 박주영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박주영은 지난 10월 레알과 리그 경기서 후반 교체 투입돼 골과 다름 없는 헤딩슛을 날렸다. 비록 '철벽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기가 막힌 위치 선정과 결정력으로 레알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박주영이 리그 경기에 비해 컵대회서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레알전 출전 시간은 평소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경쟁자 베르메호는 지난 10일 아틀레틱 빌바오와 리그 경기서 75분을 소화한 터라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형님에 비해 동생 기성용은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기성용은 같은 날 새벽 4시 45분 캐피털원컵 8강전서 미들스브로(2부리그)를 상대한다.
출전이 난망한 박주영에 비해 기성용은 오히려 한타임 쉬어가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여름 꿈에 그리던 EPL 입성에 성공한 기성용은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스완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지난 9월 에버튼전서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더니 이후 리그 1경기를 제외하고 9경기서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부상으로 2주간 자리를 비웠던 것을 빼놓고는 모든 경기서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컵대회로 눈을 돌려도 기성용에 대한 라우드럽 감독의 사랑은 애틋하기만 하다. 16강에 진출하기까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2경기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나머지 경기서도 76분이나 그라운드를 누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기성용은 지난 9일 노리치시티전서 후반에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며 잔실수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까지 8경기서 모두 풀타임 출전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이쯤에서 한 번 쉬어가는 것이 좋겠으나 스완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원의 짝' 레온 브리튼이 무릎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 패스의 줄기를 형성하는 브리튼이 빠진 상황에서 기성용마저 빠진다면 특유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 있다.
컵대회에 임하는 박주영과 기성용의 상반된 팀내 입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해외파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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