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후의 화장품 ‘겔랑’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신관홍 인터뷰
‘타고난 끼’는 아티스트의 감성을 더 맛깔나게 해주는 ‘어머니 손맛’과 같다. 타고난 끼가 있어 더욱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아티스트를 만났다. 바로 겔랑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신관홍이다.
멀리서 본 그의 첫 느낌은 좋게 말해 ‘시크한 남자’였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흔히 말하는 ‘세(강해) 보이는 남자’다. 잘 다듬어진 눈썹과 수염, 귀에 걸린 검은색 피어싱, 가운데를 높게 세운 모히칸 헤어스타일 등은 종합적으로 ‘싸움 좀 하는 나쁜 남자’의 포스를 풍겼다.

신관홍은 “늘 가던 헤어숍의 디자이너가 어느 날 이 헤어스타일을 해 줬는데, 이 느낌이 딱 나답게 느껴졌다”며 “겉모습으로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건 멋진 일이니까, 50~60세가 된다고 해도 이 스타일을 고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법. 차가운 인상 속 숨겨진 개구쟁이의 웃음과 유머러스한 표현력, 풍부한 상식, 배려가 느껴지는 말투 등은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눌수록 여심을 흔드는 유쾌한 마력이 있다.
이 마력은 신관홍 아티스트의 과거 별명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M브랜드 신촌점에서 근무할 당시 신관홍 아티스트는 우스꽝스럽게도 ‘신촌 춘자오빠’로 불렸다. 가수 춘자를 떠올리게 하는 ‘반삭머리’ 때문에 생긴 별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된 뷰티 소비자들이 젊은 여성임을 감안했을 때, 별명이 지어졌을 정도라면 그의 타고난 끼와 입담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입증하는 예가 아닐까.
▲ 메이크업 잘하기 위해 여자를 유혹?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은 연기를 전공하던 시절 분장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처음 메이크업을 결심하게 된 건 대학 때였습니다. 전공은 연극영화과였는데, 분장수업을 하다가 메이크업에 매료됐죠.”
메이크업을 잘하기 위해서 여자를 유혹(?)하기도 했다고. “메이크업을 잘하려면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제 얼굴에 연습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델을 두고 다양한 얼굴형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점심시간이나 학교 연극무대 전 여자 후배들이나 동료들에게 ‘메이크업 내가 해줄게’라며 꼬드기는 것이었습니다.(웃음)”
그때의 경험은 현재 그의 메이크업 노하우가 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관홍 아티스트의 ‘3D 메이크업’이다. 3D 메이크업은 얼굴의 윤곽을 또렷하게 보일 수 있도록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얼굴에 주목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메이크업의 근본은 예뻐 보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명한 피부, 잘 정리된 눈썹 등과 같이 안한 듯 내추럴한 룩이지만 얼굴의 선과 윤곽은 또렷하게 표현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죠.”
▲ ‘명품 화장품’ 겔랑, 그 비싼 가격의 진실은?

겔랑이란 브랜드 앞에는 ‘해외명품’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때문에 제아무리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명품이란 이름값을 하듯 비싸도 너무 비싼 가격에 손이 떨리는 것은 사실. 수석 아티스트를 만난 기회를 빌미로 왜 이렇게 비싼지 이유를 물어야겠다.
“겔랑 제품이 비싼 이유는 ‘황후 화장품’이기 때문 아닐까요?(웃음) 겔랑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브랜드입니다. 상징 중 하나는 벌이죠. 제 재킷에 달린 황금벌 브로치가 보이시죠? 이것은 프랑스 황실을 상징합니다.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겔랑이 쓸 수 있죠. 1860년대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황후 유제니가 선택하며 벌 문양을 쓸 수 있게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았죠.”
유제니 황후는 1850~60년대 프랑스의 ‘패션아이콘’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섬세하고 화려하면서도 품격을 강조한 스타일이 특징이며, 실제 황실 주도의 행사는 엄격한 복식 문화 에티켓이 요구됐다고 한다.
또한 어느 브랜드에서나 가격대가 높게 판매되는 기능성 화장품의 시초는 겔랑이라고. “화이트닝 라인, 태반크림, 수분 세럼 등 지금까지도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기능성 화장품의 근원은 겔랑입니다. 유명한 맛집 앞에 꼭 붙는 바로 그 ‘원조’라는 단어처럼 말이죠. 때문에 ‘최초, 최고, 최상’이란 표현은 겔랑을 대표할 수 있는 수식어라고 생각합니다.”
▲ 20대 초반의 여성이 써도 되는 화장품일까?

겔랑은 여자에게 한 번쯤 갖고 싶은 명품에 속한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기자가 직접 구매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30대 이상의 여성이 사용하는 고기능성 화장품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
“겔랑 제품이 워낙 고가인 탓에 그런 인식이 생겼나 봅니다. 아무래도 30대 이상부터가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런 오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군요. 실제 겔랑의 주요 소비자층은 스무살부터입니다. 특별하게 연령대를 한정짓는 브랜드가 아니에요. 다양한 연령층을 생각해서 그에 맞는 제품라인을 제시하고 있죠.”
겔랑이 스무살 피부에게 제안하는 화장품은 무엇일까. “2분에 1개씩 판매되는 기특한 수분에센스가 있습니다. 이름은 ‘수퍼 아쿠아 세럼’인데요, 스무살부터 피부는 점차 건조고민을 시작할 때입니다. 때문에 즉각적으로 가볍게 수분 충전을 할 수 있는 이 제품을 추천합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간다면 주름과 탄력에 신경 써야 합니다. 추천하는 제품은 프랑스 청정구역에서 사는 흑벌의 로열젤리로 만든 ‘아베이 로얄 유스 세럼’입니다. 흑벌 꿀 에센스라고도 불리죠. 30대 중후반 이상이라면 피부재생에 도움이 되는 ‘오키드 라인’을 추천합니다. 오키드가 장수식물로 분류된 서양난을 뜻하는데요. 다시 어린피부로 되돌리는 효능이 있죠.”
▲ 수면 마스크, 밤새운 뒤 피부에게 선물하는 ‘에너지 음료’

신관홍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어떤 화장품을 평소에 쓸까 궁금했다. “저는 겔랑 화장품을 씁니다. 남자가 써도 상관없거든요. 하지만 여러 라인의 제품을 시기에 따라 번갈아 이용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는 수퍼 아쿠아 라인을 즐겨쓰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민감해지는 환절기에는 오키드 라인을 씁니다.”
오키드 라인은 겔랑의 기능성 화장품 가운데서도 고보습 고영양 라인에 속하는 제품이다. 뷰티 전문가들은 고기능성 화장품은 피부에 내성을 만들 수 있으므로, 너무 빨리 사용하지 말라고 전한다. “저는 오키드 라인을 보약이라 생각합니다. 매일 사용하는 것은 저도 추천하진 않아요. 단지 계절이 바뀔 쯤이나 한 번씩 피부영양이 부족함을 느낄 때, 보약을 주어 체력을 보충하듯 피부의 영양을 균형 있게 채워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이 외에도 신관홍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밤새 술 마신 날이라든지, 하루종일 피로에 누적되어 피부가 거칠고 피곤함이 느껴질 때 사용하는 비밀병기가 있다고 전했다. “바로 오키드 스파 수면 마스크입니다. 저에겐 에너지 음료와 같아요. 단 한번이면 눈에 보일만큼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때문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꼭 챙기는 잇 아이템입니다.”
겔랑의 수면 마스크는 얼굴에 붙였다 떼어내는 팩 제형이 아니라 바르는 크림 제형이다. 사용법은 얼굴에 바른 뒤 가볍게 마사지 후 닦아내는 것. 피부에 보다 영양소가 스며들 수 있게 하려면 바를 때 손보다는 브러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 그의 파우치 속 ‘잇 뷰티 아이템’이 궁금해

약 1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참 잘 관리하는 남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환절기에 화장품 라인을 섞어가며 피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보통 여자들도 따라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더욱 신관홍 아티스트가 평상시 챙기는 뷰티 아이템이 궁금해졌다.
신관홍 아티스트의 뷰티 파우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골드 빛 스터드 장식이 화려한 블랙 파우치가 등장했다. 파우치의 앞면에 있는 이어폰을 끼고 있는 해골 문양은 꼭 신관홍 아티스트처럼 무섭지만(?) 유쾌해보였다. 파우치의 손잡이 부분에는 겔랑과 황실을 상징하는 ‘꿀벌문양’이 대롱대롱 달려있어 눈길을 끈다.
“평소 꼭 챙기는 것 중 하나는 아이브로우키트입니다. 아이브로우키트는 ‘킬 아이템’이라 표현하고 싶네요. 눈썹 뿐 아니라 수염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도 제격입니다. 또 향수, 립밤, 손세정제, 기분이 침체됐을 때 활력소가 되는 아로마 향의 바디 미스트도 꼭 챙깁니다.”
보통 향수는 남녀용으로 구분되는데 파우치 속 등장한 향수는 여성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저는 여성 향수도 써요. 사실 평소 여러 개의 향수를 레이어드해서 이용하는 편이에요. 향기가 뒤섞여 이상할 것 같은 생각이 드시지요? 하지만 양 목옆이나 팔에는 남성 향수를 뿌리고, 몸의 정중앙에는 여성 향수를 뿌리는 식을 즐깁니다. 맡아보세요. 시원하고 좋은 향이 나지 않나요?(웃음)”
이 외에 신관홍 아티스트의 파우치 속에는 껌, 캔디, 용각산(목을 시원하게 해 주는 약), 명함지갑, 겔랑 메이크업 정보가 담긴 PT용 USB 등이 들어있었으며, 갑작스럽게 등장한 500원짜리 동전에 아티스트는 “커피 값”이라며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줬다.
-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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