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사랑도 일도 둘다 중요하다" [일문일답]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12.13 07: 20

배우 이병헌이 올 한 해를 사랑도 일도 둘 다 잘 좋았던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병헌은 지난 12일 홍콩 그랜드 하이얏트 호텔에서 열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2' 3D 영상 최초 공개 아시아 프레스 데이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자리에서 이병헌은 '지,아이,조2'를 촬영하며 배우로서 느낀 것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로 천만배우에 등극한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올해 배우 이민정과 연인 사이임을 공식 인정한 그는 '사랑과 일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둘 다 너무나 소중한 것"이라고 대답하며 웃어보였다.

다음은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 '지,아이.조2'에서 악역을 맡으면서 부담스러운 점은 없었나?
▲ 너무나 전형적인 모습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고, 스스로 나름의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나. 내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아이.조2'처럼 어마어마한 대작 블록버스터에서 어떤 역할이 됐건, 그 과정을 발판삼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할리우드에서 선택을 받고 시나리오가 다음에 올까 기다리는 입장의 배우이지만, 언젠가는 여기저기서 날 찾아서 그 중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입장이 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갖고 있다. 내가 맡은 스톰 쉐도우가 단순한 악역은 분명 아니다. 2편에서는 그 동안 비밀스러웠던 스톰 쉐도우의 히스토리가 보여진다. 영화를 보면 스톰 쉐도우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그냥 독불장군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아이.조2'라는 그룹과 '코브라'간의 싸움인데 스톰 쉐도우는 둘 다 아닌 혼자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독단적인 인물이다. 그 부분을 회색분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쓸쓸하게 혼자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런 것들이 제가 이 영화를 계속 하게끔 한 부분이다.
-'지.아이.조' 2편을 찍으면서 할리우드에서 달라진 위상을 느꼈나?
▲ 1편 떄 워낙 한국, 일본에서 팬들이 응원해주시고 힘을 많이 주셔서 파라마운트 관계자들이나 감독, 그 밖에 배우 시에나 밀러, 채닝 테이텀 등이 놀라고 간 것은 사실이다. 소문이 퍼졌는지 2편 촬영 때는 스태프들이 소문을 듣고 '네가 아시아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면서?'라고 묻더라. 어떻게 표정관리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 소문들은 빨리 퍼지나 보다. 그 이후 달리 보고 달리 대우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2편에서는 익숙해보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거만해지거나 혹은 너무 편안해질까봐 1편 때의 헝그리 정신으로 했다. 너무 외롭게 잘 싸웠는데, 헤이해진 모습이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나 자신을 다잡으려 했다.
-현지 스태프들의 대우가 달라지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스태프들이 날 대하는 느낌이나 눈빛이 달라진 것 같긴 하다. 특히 스튜디오나 프로듀서들이 내게 영화의 중요한 것들을 직접 자문하는 경우가 있었다 .'한국관객들은 이런음악 어떻게 생각해?', '이런 장면들 한국관객들이 좋아할까?', '너는 여기서 어떻게 하고 싶어?'와 같은 것들이다. 1편을 촬영할 때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난 당황스러워서 말을 잃었다. 나한테 이런 것을 물어보는 저의는 뭘까 하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의외였다. 한 번은 프로듀서가 자기가 편집한 트레일러를 몰래 보여준다며 내게만 보여주더라. 그런 모습은 한국에서는 항상 하는 것이고 사실 정말 별 것도 아닌 것인데, 다른 배우들한테는 하지 않느 것들이라 크게 와닿았던 순간이었다. 심지어, 스톰 쉐도우가 '지.아이.조'에서 애초 중국인이나 일본인 설정으로 가려고 했는데, 내가 한국인으로 설득시켜 바꿨다. 2편에서 소품 팀이 준비한 스톰 쉐도우의 칼에 한글로 '폭풍 그림자'라고 써있더라.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웃었다. 하나는 아무 글자가 없는 것, 하나는 스톰 쉐도우를 직역한 '폭풍 그림자' 두 개가 있었다. 어떤 것을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나 고민했다. '폭풍 그림자'로 쓰여 있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떤 이들은 그것 때문에 갑자기 웃어야하는 상황이 아닌데 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존 추 감독한테 물어봤더니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 것도 안 써있는 것으로 가자고 하더라. 모험을 굳이 할 필요 없지 않겠냐고. 어쨌든 그 칼을 봤던 순간 기분이 좋았다. 뿌듯했다.
-브루스 윌리스와 '지.아이.조'에 이어 '레드2'로 연달아 찍는데?
▲브루스 윌리스는 '지.아이.조'에서 처음 만나 짧게 촬영하고 '레드2'에서 만났다. 런던에서 며칠 전에 촬영을 마쳤는데, 그는 정말 너무 다정다감하게 나를 대해준다. 남의 눈에도 띄게 내게 잘 해줬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너무 몸둘바를 모를 정도로 잘 해준다. 굉장히 젠틀하고 다정다감하다. 또 개인적 관계를 떠나 배우로서 봤을 때 놀랐던 점은, 그 정도의 연륜이 됐으면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너무나 일상처럼 느껴저서 현장에 와서 당일 해야하는 부분을 노련하게 촬영하고 가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촬영장에 와서 1시간이고 2시간을 감독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항상 본다는 것이다. 그 신은 이미 셋업이 돼있고, 그렇게 찍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느데 다른 아이디어들을 가져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좋은 것들을 감독이 받아들이면 감독이 새롭게 리세팅해서 그 자리에서 맞는 대사를 만든다. 매일매일 윈-윈하면서 심사숙고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이는 브루스 윌리스 혼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같은 배우 모두에게 해당된다. 신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 이상의 것을 아직도 가지고 촬영장에 나타나는 것이 너무나 인상적인 것 중 하나다. 한 번도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놔두지않더라.
-한국에서는 '광해'로 천만 관객을 모으고 상도 받았는데?
▲ '지.아이.조2'를 촬영하고 나서 바로 '광해'를 찍는데, 영어를 하다가 사극 분장과 말투로 왕을 연기하는 상황을 보면서 스스로 '참 다이나막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대종상 시상식 날 런던에서 나는 촬영이 없었다. 집에 있는데 외국에 있어서 갈 수 없으니 아무 생각없이 있게 됐다. 그런데 갑자기 매니저와 영화 관계자들의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더니 나중에는 전화오는 것 처럼 문자가 오더라. 나도 점점 거기에 맞춰서 긴장하게 됐다. 멀리 떨어져 있어 긴장이 안 될거라 생각했는데 긴장되더라. 상을 받고 너무 감사했다. 상 받는 배우들이 보통 관객분들이 주신 상이라고 얘기하는데 '광해'는 더욱 그렇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한 번 감사드린다고 얘기하고 싶다. 나중에 우스갯소리로 이런 소리도 했다. 만약 내가 거기 있었으면 보여줄 것은 없고 하선이가 췄던 엉덩이춤을 무대에서 답례로 보여주지 않았을까라는.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주목받은 한 해였다. 이병헌 본인에게는 사랑과 일,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 올 한해 정말 정신없었다. 계속 미국에서 촬영하고 또 와서 사극 찍고 몇 백만명을 넘으면 공약 지키러 다니고 무대인사 다니고, 몬트리올 갔다가 런던 갔다가 부산영화제도 있었고. 배우로서는 이렇게 즐거운 삶이 있을까란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나 영광이고 뿌듯한 순간이 많았다. 또 아까 말씀 하신 그런 일도 있었다.(이민정과 공식연인 발표).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좋은 일이 많은 한 해였다. 그 중 중요한 것 하나를 꼽는다면..둘 다 중요하다. 어떻게 한가지를 고르겠냐. 저에게는 정말 다 중요한 것들이다.
한편 영화 '지.아이.조2'는 세계 최고의 전투 부대인 지.아이.조가 자르탄의 음모에 의해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에 살아남은 요원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거대한 전쟁을 펼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병헌이 악역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았으며,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슨, 채닝 테이텀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 출동했다. 시리즈 최초로 3D로 컨버팅, 개봉은 내년 3월 28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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