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쯤 이었을 겁니다. 수술 후 목발을 짚고 전 소속팀 사무실을 찾은 그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강력한 잠재력을 갖춘 그에게 저는 “군대는 면제일 테니 마음 편하게 재활하고, 야구장에서 봅시다”라는 이야기를 건넸고 그도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아쉽게도 그는 그라운드가 아닌 침상에서 내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퇴골두육종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두환(24, 전 KIA 타이거즈)의 이야기입니다.
2006 쿠바 세계 청소년 선수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끄는 동시에 BEST 9에도 뽑히며 미래의 거포로 주목받았던 이두환은 2007년 2차 2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강력한 힘을 갖춘 미래의 거포였으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프로 초년병 시기를 2군에서 보냈고 1군에서 제대로 모습을 비추려던 순간 봉와직염을 앓기도 했지요. 그러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 이적한 뒤 올해 초 왼 다리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검진 결과 대퇴골두육종 판정을 받았습니다.
덕담을 건네던 때만 하더라도 “빠르다면 9월 확대 엔트리 이후에는 저 친구가 대타라도 타석에 설 수 있겠지” 싶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접한 소식은 암 세포가 퍼져 다리 하나를 잃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폐에도 경미한 암 세포가 찾아왔다는 소식이었네요.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항암 치료에도 몸을 온전히 지키고자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다시 선수로서 타석에 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미디어는 1군 선수들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이두환과 이야기를 나눈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며 확실히 느낀 것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착하고 또 긍정적인 선수라는 점이었습니다. 고교 시절 이두환의 본래 포지션은 포수였지만 상대팀 주자의 스파이크에 무릎을 찍혔고 그 이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포수 포지션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2006년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는 데 무릎이 아프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포수 훈련을 하던 때라 무릎이 아픈 내색을 하지 않고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는데 김태형 배터리 코치께서 마무리 훈련 종료 후에 절 부르셔서 포수 할 생각이 있는지 여쭤보시더군요“.
"코치께서 '무릎 수술까지 시키면서 널 포수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라고 하셨습니다. 타격에 전념해 1군으로 올라오라는 지시였지요. 실력이 아쉬웠으니 그러한 평이 나왔겠지만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포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아쉬움도 컸습니다. 무릎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계속 포수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도 수술 후 무릎이 나아졌으니 공격력으로 기회를 얻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포수로 서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무릎 부상을 안긴 상대에 대한 원망 대신 공격력을 특화시키겠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2010년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렸던 퓨처스리그 올스타전도 기억이 납니다. 당시 북부리그 대표 선수 중 한 명으로 나선 이두환은 홈런 레이스 참가에 앞서 선배 최준석이 선물한 방망이를 연신 매만진 뒤 홈런 레이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배트를 선물한 최준석에게 고마워한 것은 물론이고 이두환은 “1군에 올라 이대호(당시 롯데, 오릭스) 선배에게 타격기술을 묻고 싶어요. 타격폼은 달라도 대호 선배의 유연함과 컨택 능력을 꼭 배우고 싶습니다”라며 바람을 이야기하더군요.
그해 이두환은 퓨처스리그 3할6푼2리(2위) 21홈런 67타점으로 선배 윤석민과 함께 맹위를 떨쳤습니다. 그리고 1군에서도 13경기 25타수 8안타(3할2푼)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듯 했습니다. 1군에서 활약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이두환은 순박한 마음씨와 “아직 부족하니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겸손한 태도가 눈에 띄던 선수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그의 2012시즌 출장 기록은 전무합니다. 투수와 대결을 할 시기에 이두환은 외롭게 자신을 둘러싼 병마와 싸웠고 부모님의 간절한 마음 속에서 내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와 함께 세계무대 우승을 일궜던 친구들은 물론 다른 동료들이 그를 면회하며 위로와 격려를 해주더군요. 이두환과 그의 동기생들은 연말 봉사활동과 만남의 자리를 가지며 세밑을 훈훈하게 보내던 마음씨 착한 선수들입니다.
안타까운 이두환의 소식에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그를 돕기 위한 자선 행사를 펼칠 예정입니다. 오는 14일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서울 신천역 근방에서 자선행사를 열 예정이고 이튿날 15일에는 전 소속팀 두산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계획해 역삼동에 위치한 음식점 ‘쿼터백’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금행사 및 사인회, 사랑의 자선 경매 등을 실시합니다.
선수협도 6일 총회에서 이두환 돕기에 대한 뜻을 모으며 동업자를 돕겠다는 마음을 보여줬습니다. 익명으로 이두환의 치료비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팬도 계셨습니다. 기량을 끌어올리려던 순간 찾아온 부상에 연신 발목을 잡혔고 이제는 단순한 부상이 아닌 병마와 싸우는 이두환이지만 그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뜨겁습니다. 유순하고 착한 그의 마음씨에 대한 보답이겠지요.
한때 우루과이를 대표했던 골게터 다리오 실바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 하나를 잘라내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실바는 “나에게는 두 팔이 있다”라며 카누 선수로 전향했습니다. 다리 하나는 잃었으나 두 팔이 있다는 불굴의 의지 속 실바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며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네요. 아직 젊은, 긍정적이고 착한 마음씨를 지닌 이두환군도 또 하나의 감동을 자아내며 세상 앞에 굳건하게 설 수 있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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