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0, 오릭스)가 방망이를 다시 잡았다.
지난 10월 10일 귀국한 뒤 사랑의 연탄배달, 유소년 야구 클리닉 등 자선 행사와 각종 시상식에 참가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던 이대호는 10일부터 경남고에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 타율 2할8푼6리(525타수 150안타) 24홈런 91타점 54득점을 기록하며 일본 진출 첫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대호의 생각.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내년 시즌 목표로 내세웠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일본 무대 진출 첫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있지만 무난하게 잘 소화한 것 같다.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50점이다.
-한국에 비해 경기수도 많고 이동 거리도 늘어났는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한국에서도 이동 거리가 가장 많은 팀에 있었는데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적응이 됐다.
-일본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많이 외로웠다. 동료 선수들과 의사 소통이 자유롭지 않고 코치님들도 나의 스타일을 잘 모르시니 좋지 않을때면 혼자서 다 이겨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이승엽은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과 프런트까지 오릭스 구단에는 따뜻한 분들이 참 많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었다.
▲일본 생활이 힘들었지만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오릭스에 소속된 모든 분들께서 편안하게 야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덕분이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일본 무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첫 홈런(4월 21일 니혼햄 경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힘들게 나온 홈런이라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대호는 4회 좌월 솔로 아치를 쏘아 올리며 17경기 만에 일본 무대 첫 대포를 가동했다.) 외국인 선수 신분이니까 첫 홈런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앞섰다. 10경기가 지나도 홈런이 나오지 않자 스윙이 커지고 배트 스피드도 느려졌다.
-1년간 일본 야구를 경험한 것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처음에 일본 야구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어 잘 모르고 갔다. (이)승엽이형과 (김)태균이의 경기를 본 게 전부였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경험을 쌓았다. 데이터도 많아졌으니 더 열심히 연구하며 내년 시즌을 준비할 생각이다. 그만큼 상대도 나를 알겠지만 내게 더 유리한 부분은 1년간 경험한 게 큰 도움이 됐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현재 컨디션이 궁금하다.
▲작년에 비해 컨디션도 좋고 아픈 곳도 없다. 그리고 작년부터 적정 체중을 잘 유지하고 있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공인구의 반발력이 떨어지고 구장 규모가 크다는 걸 많이 느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키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생각이다. 일단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아프면 모든 게 소용없다. 어차피 준비는 내가 해야 한다.
-작년에 비해 표정에 여유가 느껴진다.
▲작년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일본 무대에서 1년간 뛰면서 팀에 어느 정도 녹아 들었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시작하니까 작년보다 한결 여유가 생겼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했다. 예년과 달리 해외파 선수 신분이기에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건 가문의 영광이다. 그만큼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최근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분위기가 가라 앉았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행복을 드리는 게 소박한 목표다. 오랜만에 국내 선수들과 함께 뛰면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으면 코치님께 쉽게 여쭤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이승엽이 5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진)갑용이형과 (이)승엽이형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배가 한 명이라도 더 계신다면 후배 입장에서 큰 힘이 된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을 체결했다.
▲진짜 축하할 일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가 그렇게 대우를 잘 받고 간 건 한국 야구 역사에 박수받을 일이다. 후배들에게 길을 많이 터준 것 같다. 앞으로 부상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내년 시즌이 끝난 뒤 오릭스와 2년 계약이 종료된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
▲아직은 열심히 야구해야 할 시기다. 계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상없이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고 내년 시즌이 끝난 뒤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제7차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정말 잘 된 일이다. 홀수 체제에서 짝수 체제가 되면 모든 구단이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리고 10구단이 창단하면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프런트, 미디어 등 일자리가 더욱 늘어나 야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 목표가 있다면.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이는 A클래스 타자의 지표다. 반드시 달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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