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고맙습니다. 그래도 죽이진 말지...”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가 두 명의 성폭행 피해자 어머니의 한맺힌 눈물을 그리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성폭행 피해 가족을 향한 따뜻한 위로를 하는 동시에 그동안 성폭행 문제에 무심했던 한국사회에 또 한번 경종을 울렸다.
지난 12일 방송된 ‘보고싶다’ 11회는 중학생 때 파렴치한 강상득(박선우 분)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수연(윤은혜 분)의 모친(송옥숙 분)과 상득을 죽인 청소부(김미경 분)가 마주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한정우(박유천 분)는 그동안 살뜰히 챙겼던 경찰서 청소부가 딸이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한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상득을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체포했다.
이 드라마는 이날 각기 다른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성폭행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동안 수연의 모친은 상득을 찢어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해도 사라진 딸을 찾기 보다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수연이 당한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우를 위로했다.
반면에 청소부는 딸을 죽게 만든 성폭행범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상득을 죽이고 이윽고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돌아온 딸의 성폭행범을 살해하면서 복수를 했다.
뒤늦게 수연 모친은 딸에게 상처를 준 상득을 죽인 청소부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쏟았다. 수연 모친은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나 대신 해준 것 정말 고맙다. 그래도 그러진 말지. 그래도 죽이진 말지”라며 오열했고 청소부 역시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세월 동안 묵직한 상처를 안고 살아온 두 사람의 눈물은 처절했고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또한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살해라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부와 현명하게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꾀하는 수연 모친의 대비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두 사람의 극단적인 상처 치유법은 옳고 그름을 떠나 시청자들이 성폭행 피해자들의 가슴 깊은 상처를 공감하게 만들었다.
‘보고싶다’는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사건과 어른들의 이기심이 불러온 탐욕으로 인해 헤어진 정우와 수연의 숨바꼭질 같은 사랑과 함께 피하고 싶은 성폭행 문제를 과감하게 건드리고 있다. 초반 성폭행범의 가벼운 형량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면 중반 이후에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사랑으로서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으며 피해자들을 향해 따뜻한 위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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