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이 심상치 않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지.아이.조2' 존 추 감독으로부터 '아시아의 톰 크루즈'라는 극찬을 받는가 하면 배우 배두나는 앤디&라나 워쇼스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박찬욱,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처럼 늘어나는 국내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과 함께 한국영화 산업의 규모 또한 점차 커지면서 할리우드 속 한국영화의 위상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

영화 '지.아이.조1'의 성공으로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이병헌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 국제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지.아이.조2'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본인이 체감하는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내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스태프들 사이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며 "감독과 제작진이 나에게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물어오는 경우가 잦아질 정도로 대우가 달라진 것이 체감됐다"고 증언했다.
이에 존 추 감독은 "극 중 이병헌이 1분 가량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찍고난 뒤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존경하게 됐다"라면서 "이병헌의 눈빛과 표정연기가 놀라웠다. 이병헌은 몸짱이고 식스팩도 갖고 있지만, 인물들을 너무나 훌륭하고 깊이있게 표현하는 게 감동스러운 점이다. 이병헌이 '아시아의 톰 크루즈'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맞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라나 워쇼스키 감독 역시 달라진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13일 오전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내한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영화산업은 크게 발전하고 있다. 엄청나게 성장을 했다. 현재 한국은 굉장히 재밌는 영화와 뛰어난 배우를 배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액션이든, 코미디든, 심각한 주제를 다룬 드라마든 굉장히 다양한 장르 영화를 생산하고 있어서 훌륭한 연기자를 배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함께 작업한 배두나 뿐만 아니라 영화 '닌자 어쌔신'으로 인연을 맺은 가수 겸 배우 정지훈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그는 정지훈에 대해 "피지컬 지니어스(physical genius)라고 할 정도다. 모차르트가 절대음감으로 다른 음악을 재연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지훈은 무술을 보여주면 바로 재연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배우다"라고 표현했으며 배두나에 대해선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는 어른 역할을 잘 해줬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혁명을 이끌 수 있는 강인한 손미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 손미 자체가 돼 나약함과 강인함을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뿐만 아니라 감독들의 미국 진출도 활발하다. '괴물'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는 내년 1월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으로 유명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 역시 내년 상반기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더불어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역시 티저 포스터를 공개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할리우드에 속속 진출하는 국내 감독·배우들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핵심 인물인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건 한국영화 자체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내년 본격적으로 활발한 활동이 예상되는데 이들의 성적이 잘 나온다면 다른 감독이나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당초 할리우드에는 홍콩과 중국, 일본 등이 진출을 했었는데 지금 할리우드는 새로운 것, 다른 걸 가지고 있는 곳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할리우드의 새로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라며 "배우들도 단순히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치는 정도를 떠나서 주연급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고 할리우드 진출 감독들도 흥행에 성공한다면 대작들을 내놓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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