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인턴기자] “외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아보겠지만, 연기자로서 저에게 차이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내한기자회견에서 할리우드 영화 출연 후 달라진 것을 묻는 질문에 대한 배두나 다운 대답이었다.
배두나는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호텔 무궁화홀에서 열린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내한 기자회견에서 세 명의 감독 톰 티크베어-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와 극 중 상대역인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 짐 스터게스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오랜 시간 영화를 찍으며 친밀해진 세 명의 감독과 두 배우는 시종일관 친밀한 모습으로 서로에 대한 칭찬을 주고 받았다. 특히 짐 스터게스와 배두나는 옆자리에 앉아 장난을 치거나 대화를 하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6가지 각기 다른 장르와 스토리를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로 엮은 대작이다. 배두나는 극 중 복제인간 손미-451, 멕시칸 여자, 어윙의 부인 틸다 역을 맡았다. 손미-451은 다섯 번째 이야기의 메인 캐릭터로서 나약하면서도 강인한 복제인간으로 배두나 특유의 매력이 잘 살아난 역할이다.
배두나는 “한국어로 된 원작을 읽었을 때 ‘내가 하면 잘 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며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배역을 맡게 됐을 때의 기쁨을 표현하며 "처음에 스크립트를 받았을때 커버에 있는 세 감독님 이름만 보고 '어떻게 나한테 이 시나리오가 왔지? 어떻게 날 알지' 생각할 정도로 신기했다"라며 “사실은 영화사 측의 부탁으로 영화 캐스팅에 대해 함구 했어야 했는데 캐스팅 된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라고 솔직한 소감을 전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배두나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면서 알게 됐다. 이후 ‘복수는 나의 것’ 등 그가 출연한 영화를 거의 다 봤다. 우리 영화는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는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미는 한국인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평소에 지켜봤던 배두나에게 연락하게 됐다”라며 “배두나의 연기는 너무 놀라웠다. 손미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이면서 초인간적인 모습을 잘 표현했다. 촬영 때 늘 손미 그 자체가 돼서 나약하면서 강인한 역할을 잘 해냈다”라며 영화 속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앤디 워쇼스키 감독 역시 기자회견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배두나의 연기에 대해 “(그의) 연기 스타일은 속해있는 문화적인 배경과는 무관해 보인다. 배두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그는 배우로서의 작업을 의식하지 않고 노력없이 쉽게 그 인물에 몰입해서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그 자체가 특별한 기술이다”라며 문화적 배경보다 인물 그 자체에 몰입하는 배두나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러나 배두나는 할리우드 영화 출연 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의외로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연기가 변한다거나 내 자신을 의식하게 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외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아보겠지만, 연기자로서 저에게 차이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쭉 열심히 하겠다”라며 수줍은 듯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앞서 짐 스터게스는 스타나 유명배우로서의 자신을 의식하지 않는 배두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음을 말한 바 있다. 그는 “잘 모르고 영화를 개인적으로 보지 못해 배두나와 일하는 것에 긴장이 됐다. 한국에서는 유명한 배우고 영어는 제한적이라는 걸 들어 우려했다. (처음 만날 때) 배우같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베를린에 자연스럽게 혼자 등장했다. 첫 만남부터 웃으면서 농담하게 돼 앞으로 (함께하는 작업이) 잘 될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라며 배두나의 첫인상을 회상했다.
배두나는 “빨리 영어 익히기 위해 촬영지에 혼자 먼저 갔다. (영화를 찍으며) 솔직히 굉장히 감독님들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부끄러운 성격이라 먼저 다가가는 것을 못하지만, 저녁자리 있으면 끼려고 노력하고, 어떡하든 제 성격과 반대로 나가보려고 노력했다”라며 한국과는 다른 할리우드 영화 촬영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유럽식 볼뽀뽀인 비주도 처음에는 너무 이상하고 어색했다. 우리는 보통 인사를 하는데. 이제는 다 배웠다”라고 말해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배두나의 말을 들으며 당시를 떠올린 듯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날 세 명의 감독과 배우 짐 스터게스는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짐 스터게스는 “미래의 한국 남자 연기를 하며 한국인으로 살아 애정을 느꼈다”라며 “영화 찍을 때는 런던과 스페인을 배두나씨 구경 시켜줬는데 이제 배두나가 한국 구경 시켜줄 것 같다. 특히 소주가 기대된다”라고 말했고,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아내가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평소 집에서 김치를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이번에 아내 생일인데, 한국에서 함께 보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은 입대 중인 가수 비에 대해서도 “그는 신체적인 면에서는 천재다. 모차르트가 음을 듣고 바로 재연할 수 있는 것처럼 그는 무술이나 액션을 바로 재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라며 “지금 군대 가 있는데 빨리 나와서 같이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특별한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배두나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세 명의 감독들이 만든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영화는 500년을 넘나들며 미스테리,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SF, 판타지 6가지 장르의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서사시로 묶었다. 특별히 다섯 번째 스토리에서 2144년 미래의 서울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한 톰 행크스, 할 베리, 벤 위쇼, 휴 그랜트, 수잔 서랜든, 휴고 위빙, 짐 스터게스, 배두나 등 연기파 배우들의 다양한 변신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마음이 요동치고 머리가 바쁘다가, 눈도 귀도 굉장히 행복한 영화”라는 배두나의 표현처럼 이 특별한 영화가 한국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1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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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