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인턴기자]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그베어 감독이 협업한 대작의 베일이 드디어 벗겨졌다. 원작의 복잡한 구성과 막대한 스케일로 인해 영화화를 상상할 수 없었던 작품이 세 명의 천재 감독과 재능있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멋지게 실현됐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한국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영화 ‘클라우드아틀라스’는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국내 개봉을 기다리게 했던 대작. 500년간 일어난 6가지 스토리를 통해 커다란 하나의 주제의식을 아름답게 풀어낸다.
각기 장르와 주인공이 다른 여섯 개의 이야기는 모자이크처럼 짜 맞춰졌다. 옴니버스식의 독립된 구성이 아니라 중요한 사건 전개마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고 돌아오며 서로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 여기서 여섯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서사시로 만드는 데는 ‘데자뷰’ 현상과 ‘환생의 암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상대를 만날 때 ‘처음 봤지만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것 같다’와 비슷한 느낌을 종종 표현한다.

각각 에피소드에서 주요 인물들의 몸에는 혜성모양의 모반이 있다. 1849년의 어윙, 1936년의 프로비셔, 1973년의 루이자 레이, 2012년의 캐번디시, 2144년의 손미-451, 2321년의 자크리는 모두 몸에 모반을 지니고 있고, 이것은 곧 환생을 암시한다. 같은 인물 혹은 다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은 각각 자신의 인생 속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며 사랑을 한다. 그리고 각 인물들의 인생에서 비슷한 의미를 지니는 순간들은 모자이크처럼 연결된다.
결국 영화가 말하는 바는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다. 주인공들은 인종의 차이, 성별의 차이, 유전적 차이, 나이와 질병, 거대한 자본의 방해 등을 뛰어넘어 서로를 돕고, 사랑을 이뤄간다. 시간이 흐르고, 생은 바뀌어, 방해물의 종류는 달라져도 주인공들은 사랑으로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다.
백인 변호사 어윙은 탈출한 흑인 노예 오투아를 돕고, 천재 작곡가 프로비셔는 동성 친구인 식스미스와 사랑에 빠지고, 루이자 레이는 노신사 식스미스의 도움으로 거대한 핵발전소의 비밀을 파헤쳐나간다. 유전자 조작 클론 손미는 순혈인간 장혜주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되찾아 가며, 모든 문명이 멸망한 말세 사람 자크리는 메로님을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며 악마 올드 조지로부터 벗어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영화 속 배우들의 다양한 변신으로도 드러난다. 톰 행크스를 비롯해 할 베리, 짐 스터게스, 배두나, 벤 위쇼, 휴 그랜트, 수잔 서랜든 휴고 위빙 등 등장 배우들 모두는 영화의 여섯 가지 에피소드에 크고 작은 역할로 등장해 시대, 나이, 인종, 성별을 초월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이같은 배우들의 모습은 돌고 돌며 윤회하는 인생을 표현하며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와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방금 전 에피소드에서 말세의 남자 자크리로 등장했던 톰 행크스가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에서는 여기자를 돕는 연구원 아이작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500년에 걸친 다양한 배경과 시간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영화의 스케일이 크다. 2012년 현재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에피소드들에서는 앤디-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감독 특유의 시각적으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요소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배두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2144년 전 세계의 중심도시가 된 디스토피아적 서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한편 영국 작가 데이비드 미첼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아바타’ 이후 최고의 영화’, ‘티켓 한 장으로 볼 수 있는 가장 값진 영화’ 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한국 배우 배두나의 출연과 영화 ‘매트리스’의 라나-앤디 워쇼스키 감독, ‘향수’의 톰 티그베어 감독이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다. 내년 1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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