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야구의 전성시대다.
매년 프로야구 관중은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해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고, 내년이면 9번째 식구인 NC 다이노스가 1군에 정식으로 선을 보인다. 또한 10구단 창단이 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KBO)에 의해 공식으로 승인되면서 빠르면 2015년 10개 구단을 볼 수 있게 됐다.
그 뿐이 아니다. 한때는 전파를 타기 힘들었던 프로야구 중계가 이제는 각 방송사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많은 방송사들이 탐을 내고 있다. 덕분에 야구팬들은 이제는 모든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프로야구는 최전성기를 관통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 야구계는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시달리고 있다. 가끔 선수들이 음주운전이나 폭행사고로 신문지상 사회면 구석에 자리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 됐다. 최근에는 한 구단의 젊은 투수가 음주 접촉사고를 내 구단과 KBO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사실 올해 초 한국 프로야구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었다. 바로 경기조작 파문이 터진 것. 스포츠의 존재가치 자체를 뒤흔들어 놓은 경기조작 파문은 두 명의 투수가 그라운드를 떠나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은 게 사실이다.
경기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올해 프로야구는 최고 전성기를 열었다. 언제 성토를 쏟아냈냐는 듯 프로야구가 개막하자 팬들은 야구장을 가득 메워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줬다. 관중동원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 우려했던 야구계는 흥행에 성공하자 마음 한쪽에 뒀던 도덕적 죄책감을 뒤로 몰아두고 눈앞의 성과를 즐기는데 바빴다.
그렇게 한 시즌은 지나간 가운데 13일 양승호 롯데 전 감독의 긴급체포 소식이 알려졌다. 고려대 야구부 감독 시절 입학의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도주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불과 두 달 전까지 사직구장 더그아웃 감독 자리에 앉아있던 양 전 감독은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야구부 대학 입시비리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입학 금품수수에 대해 야구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학생야구에 독버섯처럼 피어난 비리는 지금의 야구 인기를 위협할 또 하나의 뇌관이다. 입시비리는 그 범위를 넓혀 이제는 프로 선수지명에까지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양 전 감독은 지난 4일 일구상에서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수상한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블랙코미디라고 할 만하다. 일구회 구경백 사무총장은 "양 전 감독을 수상자로 결정할 때는 혐의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지만 씁쓸한 입맛이 남는 건 피할 길이 없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은 최근 줄기차게 한국 야구의 장래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6일 조아제약 시상식에서 김 감독은 "(프로야구 관중)700만명에 너무 도취됐다"면서 "우리나라 야구 자체가 위기 속에 있다"면서 "이때 야구 선수들과 관계자 여러분이 힘을 합쳐야 한다. 안 그러면 어려운 시기가 온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연초에 경기조작 사건도 있지 않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야구가 지금처럼 팬들에게 받는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뢰를 주는 게 필수다. 그렇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은 자칫 팬들의 신뢰를 한 번에 잃을 수 있는 뇌관과도 같다. 이미 2004년 프로야구는 병역비리 홍역을 겪으면서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지금이라도 야구계가 자정작용을 벌이지 않는다면 팬들은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