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들은 여전히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속전속결로 일을 끝냈다. 내년 외국인 농사의 씨뿌리기를 마무리 지은 SK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SK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왼손투수 덕 슬래튼(32)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196㎝의 큰 키를 자랑하는 왼손 투수인 슬래튼은 메이저리그 통산 216경기에 나서 7승8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경력에서 보듯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선발·중간·마무리로 모두 쓸 수 있어 활용폭이 넓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6일 역시 장신 왼손 투수 크리스 세든을 영입한 SK는 이로써 일주일 여 만에 외국인 선수 인선을 모두 끝냈다. 두 명을 모두 바꾼 것치고는 빠른 행보다. 비결은 철저한 준비다. SK는 이미 올해 중반부터 새로운 외국인 선수 선발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을 위주로 리스트를 짰고 고민을 거듭하며 후보자들을 추려나갔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때는 진상봉 운영팀장을 현지로 파견해 마무리에 들어갔다. 분위기를 보고 곧바로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렇게 영입한 선수가 세든이었다. 그리고 무릎이 좋지 않은 마리오의 퇴출을 결정한 즉시 슬래튼과 접근해 유니폼을 입혔다. 민경삼 SK 단장은 “이미 리스트에 있던 선수들이라 계약이 빠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왼손 투수에 장신이다. 이에 대해 민 단장은 “한국프로야구에는 잘 치는 왼손 타자들이 많다. 수준급 왼손 투수면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우람의 입대로 왼손 투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 결정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민 단장은 “외국인 선수를 볼 때 구속보다는 다른 면을 더 중시한다. 일단 공의 움직임, 컨트롤, 변화구 구사 능력이 먼저다. 두 선수는 여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세든에 대해서는 “잘 할 것 같다”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제 관건은 이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영입을 일찌감치 결정지은 만큼 벤치도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일단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뛴 세든은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유력하다. 에이스 김광현이 어깨 재활로 복귀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반면 슬래튼은 아직 보직이 유동적이다. 민 단장은 “현장이 결정하겠지만 중간에서도 뛸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광현이 합류한다는 전제 하에 SK의 선발 로테이션은 김광현 윤희상 송은범 채병룡 세든까지 후보들이 많다. 반면 불펜에는 왼손 투수가 박희수 정도 밖에 없다. 박희수가 마무리로 이동하게 된다면 슬래튼이 필승조에 포함되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법하다. 반대로 송은범 등 다른 선수들이 마무리를 맡게 된다면 선발로 합류할 여지도 가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SK의 선발진에서 나름대로의 몫을 한 마리오는 재계약이 무산됐다. 민 단장은 “마리오가 무릎 MRI를 찍어 보낸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라며 무릎 상태가 문제였음을 드러냈다. 마리오는 출국 전 국내에서 찍은 MRI 검진결과에서는 무릎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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